저금통 속의 동전을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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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대우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딸의 방을 가끔 들여다본다.

방구석이나 책상 위, 책꽂이 한 편에 100원짜리 동전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당시 10원짜리 동전 하나는 큰 금전적 가치가 있는 화폐였다.

10원짜리 동전 하나 들고 시골 ‘점방’이라고 불리는 구멍가게에 가서 사탕과 과자를 사 먹곤 했었다. 당시 10원짜리 동전 한 개는 너무나 소중하고 귀했었다.

그런데 100원짜리 동전을 아무렇게나 나뒹굴게 하는 아이들을 보며 “동전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지만 현재 100원짜리 동전으로는 껌 하나 살 수가 없으니 이해할 만하다.

이제 이 같은 동전 구경하기가 점점 어렵게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부터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사업이란 전국 편의점과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현금으로 물품을 구매한 뒤 나온 잔돈을 교통카드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앱) 등 선불형 전자지급 수단에 적립하는 것을 말한다.

교통카드에 충전된 잔돈은 교통비로 사용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고, 앱에 포인트로 적립한 경우 다음 번 결제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동전 없는 사회 구현 목표는 오는 2020년. 한국은행이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동전이 잘 회수되지 않고, 동전 제조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보유율은 지난해 90.2%, 96.1%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급수단은 2015년을 기점으로 신용카드(39.7%)가 현금(36%)을 앞질렀다.

현금, 특히 동전의 쓰임새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매년 동전 제조비용에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동전 발행비용은 527억원으로 전체 화폐 제조비용 1503억원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10원짜리 주화 1개 만드는 비용은 38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역(逆)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100원짜리는 50원, 500원 주화는 70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시장에 풀린 동전은 좀처럼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책상서랍이나 집안 저금통에 쌓이기만 해 발행한 동전의 90%가 회수되지 않는다고 한다.

동전 없는 사회가 실현될 경우 동전 제조 및 유통비용 절감과 함께 전자 거래기록이 남기 때문에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조직적 범죄나 탈세, 뇌물 등 불법적 거래가 줄고, 부패 방지로 사회를 투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거스름돈을 일일이 챙길 필요도 없고, 거래의 번거로움도 해소될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개인의 거래기록이 누출되는 보안사고 위험 등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전자거래 등 새로운 정보 기술에 대한 적응 속도가 느리고, 아직도 현금거래에 익숙한 노년층 등 취약계층은 큰 불편을 겪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교통카드나 전자상거래상의 앱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아직도 동전 등 현금 사용에 익숙하다.

무리한 ‘동전 없는 사회’을 추진하기 보다는 동전 1개를 소중히 여기며 어렵게 살고 있는 우리사회 취약계층을 더 보듬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시중에 돌지 않는 동전을 재유통하기 위해 매년 5월 범국민 동전교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책상 서랍에 묵혀두거나, 저금통에 넣어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모은 동전을 들고 은행을 찾는 것이 경제적 약자를 돕고 우리 경제의 흐름을 더 원활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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