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창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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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한다. 반면 합창은 여러 목소리를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다. 음악적으론 같은 가락을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노래하면 제창, 여러 사람이 성부를 나눠 화성을 이루며 다른 선율로 노래하면 합창이다.

제창과 합창은 사실상 ‘여러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참석자 입장에선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제창은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 각종 행사 때 애국가 제창이 거기에 해당된다. 반면 합창은 따라 부르든지 아니면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되는 선택적 사항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앞 구절이다.

1980년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때 숨진 윤상원씨와 1978년 노동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다. 광주의 5월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1982년 첫선을 보인 뒤 각종 사회운동 현장에에서 어김없이 불려졌다. 1997년 5ㆍ18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함께 따라 부르는 기념곡이 됐다.

이명박 정부의 첫해인 2008년까지 5ㆍ18 기념식에선 모든 참석자들이 이 노래를 제창하고 행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9년 기념식부터는 합창단이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들만 따라 부르는 합창 방식으로 변경됐다.

“특정 단체들이 애국가처럼 부르는 노래를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에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부 보수단체가 딴죽을 건 탓이다.

정권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 부침을 겪는 셈이다. 이후 해마다 5ㆍ18 기념일이 되면 제창 논란이 되풀이돼 왔다.

한데 올해부터는 다르다. 18일 열리는 제37주년 기념식에선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감격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창곡으로 부르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울컥했다고 한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로 시작되는 ‘잠들지 않는 남도’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 제주4ㆍ3을 기리는 진혼곡이다. 1980년대 말부터 4ㆍ3을 기억하는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불려졌다. 4ㆍ3 추모식에서 자연스럽게 제창됐음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정작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2014년부터는 식전행사에서조차 불려지지 않는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년이면 4ㆍ3이 70주년을 맞는다. 그날이 오면 ‘잠들지 않는 남도’가 추념식장에서 다시 울려 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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