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필요충분조건은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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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제주고 교장/수필가

“어느 날 뱀의 꼬리가 머리에게 말하였다. ‘내가 앞에서 가야겠다.’ 그러자 뱀의 머리가 꼬리에 말하였다. ‘나에겐 눈이 있고 내가 언제나 앞에서 갔는데 갑자기 왜 그러느냐?’ 머리와 꼬리는 서로 앞에서 가겠다고 옥신각신 싸웠다. 그래도 머리가 앞에서 가려고 하자, 꼬리는 자신을 나무에 감고 버티었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양보했다. 그리하여 꼬리가 앞에서 가다가 불구덩이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이 우화는 5세기경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Sanghasena)가 지은 「백유경(百喩經)」에 나오는 ‘뱀의 머리와 꼬리 논쟁’이다.

우리는 지난 5월 9일 국가의 지도자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내년 2018년 6월엔 도지사, 교육감 등 지역 지도자들을 뽑아야 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까? 필자에게 필수적인 기준 하나만 제시하라고 하면 눈(眼)이라 답하겠다. 가치관과 관점에 따라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능력과 기준은 서로 다르겠지만, 미래를 예측하면서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안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도자에겐 앞을 내다보면서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자의 안목은 조직의 성공을 위한 첫 단추이고 나침반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지도자가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며 조직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갖추어야 할 능력이 바로 안목이다. 지도자는 눈이 있어야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도자로서의 성공 여부는 앞을 제대로 보고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원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조직은 지도자에게 달려 있고, 그 방향에 조직의 성패는 달렸다. 만약 우리가 앞을 보는 능력이 부족한 지도자를 갖게 되면 뱀의 우화처럼 모두 불구덩이로 떨어질 수도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거세게 불어오는 지금, 학교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로서 학교 교육의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학교는 미래의 주인공들을 길러내어야 한다는 점에서 방향 설정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시대 또한 자격증, 전문기술과 능력이 필요한 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현장은 아직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기대어 정답 찾기 교육과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물론 심지어 초·중학교까지 유명대학 진학에 매몰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점에서 학교 교육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학교장의 눈은 중요하다.

맹자는 제자 낙정자(樂正子)가 노나라의 재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낙정자는 이렇다 할 뛰어난 재간은 없지만 남이 보지 않는 먼 앞날을 볼 줄 알고, 그 앞날로부터 현실을 소급하여 욕을 먹건 지탄을 받건 굽힘 없이 실천하는 역량이 있다. 그것을 알아주는 임금이 생겨났다는 것이 기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도 낙정자처럼 앞날을 볼 줄 아는 눈이 있는 지도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자기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앞을 내다보고 어려운 현실을 타개해 나가는 지도자가 간절하다. 지도자의 안목은 조직의 존폐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즉 지도자에겐 앞을 내다보는 능력, 눈은 필수조건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시대를 제대로 읽는 통찰력과 함께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눈은 지도자의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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