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산지경매, 기대 크지만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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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전자경매는 인터넷 전자거래시스템에서 농산물 출하자와 매매참가인 등이 온라인 경매를 통해 거래계약을 체결해 거래인의 지정장소로 직접 배송하는 유통제도다. 출하자가 수량, 당도, 품질, 원하는 가격 등을 전자거래시스템에 올리면 매매참가인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하한가 이상의 최고가격을 제시해 낙찰받는 방식이다.

도매시장에서 경매할 때보다 유통기간이 단축돼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는 그만큼 신선한 농산물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산지 전자경매가 정착되면 품질ㆍ수급조절ㆍ가격지지 등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리되면 농산물 생산ㆍ유통에 대변혁이 이뤄질 것이다.

한데 제주감귤이 이러한 ‘산지 전자경매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22일 노지감귤을 대상으로 산지 전자경매를 시행한 것이다. 감귤재배 역사상 처음이다. 제주시농협이 추진 주체로 참여함에 따라 제주시농협 공판장 내 인터넷 통합거래시스템을 통해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거점산지유통센터(APC)에서 선별된 당도 10브릭스 이상의 고품질 감귤이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거래 가격이 좋아 일각에선 성공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평균 거래가격이 10㎏당 1만7200원으로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1만3670원)보다 26% 가량 높은 것이다. 농가 입장에선 운송비와 하역료 등을 줄이면서 10㎏당 650원의 소득을 더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427t이 거래됐다. 하지만 아직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제주도는 올해 전자경매로 7700t을 출하할 계획이다. 산지 전자경매 품목을 하우스감귤과 한라봉ㆍ레드향ㆍ천혜향 등 만감류까지 확대하기로 한 이유다. 그러려면 일단 매매참가인을 늘려야 한다. 현재 등록된 매매참가인은 71명에 불과하다. 설사 제주도가 이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농가가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

상품으로 출하되는 감귤이 연간 35만t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0만t 이상이 산지 전자경매로 처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산지 전자경매 안착은 제주감귤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대형 중도매인 참여 유도, 맛 좋은 감귤 출하, 연간 시행 체계 구축 등 제반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때 비로소 그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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