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연못 복원, 생태계에 독 안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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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러고도 마을 습지(연못)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행정기관이 복원한 연못 생태계가 되레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13년에 되살린 애월읍 물거리못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습지 전반에 녹조현상이 발생하면서 수생식물과 곤충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늘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곳이다.

애월읍 용흥리 어욱샘이못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습지 둘레에 큰 돌을 쌓고 탐방로를 정비했으나 최근 물이 줄기 시작하면서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수량이 부족한 탓인 듯 녹조가 끼고 있지만 이렇다 할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못을 복원한 뒤 이곳 저곳에서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생태계가 훼손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연못 복원은 1998년 습지보전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당시 제주도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도 전역의 연못은 모두 255곳에 달했다. 그중 오랫동안 방치돼 생태·경관적 가치를 잃은 68곳의 연못이 연차별로 복원된 것이다. 습지를 보전하고 생태학습장으로도 활용하기 위함이다. 올해 역시 10억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연못 복원 과정에 각종 인공시설이 들어서면서 원형과 생태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나무데크를 비롯해 돌담, 탐방로 개설 등으로 상당수 연못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상실하고 있다. 일부는 하수 등으로 최악인 상황이다. 이후 생태환경을 좀 더 모니터링한 후 단계적으로 복원을 해야 한다는 당위다.

사람도 몸을 함부로 하면 몸살을 앓거나 아프기 마련이다. 연못의 생태계 악화는 탐방시설만 갖춰놓고선 체계적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 크다. 당국의 탁상행정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 방향성 없이 단기간에 과도한 공사가 진행된 것도 한 요인이다. 복원사업 이후 습지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는 게 그 실증이다.

예부터 마을 연못은 마소의 음용수로 이용된 중요한 존재였다. 지금도 가보면 왕성한 생명의 숨결로 차 있다. 자동차의 매연과 소음에 찌든 도시인에게 연못은 태고의 시·공간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못을 제대로 복원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이유다. 보다 세심한 검토를 거쳐 자칫 생태계에 독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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