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대통령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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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이제 이 나라에 봄이 왔는가. 새 정부가 출발한 지 불과 아흐레인데 나라가 달라지고 있다. 항간에 예측 불허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첫 행보는 위민관(爲民館)을 여민관(與民館)으로 바꾼 데서 시작됐다. 글자 하나 바꾼 게 뭐 대수냐? 아니다. 백성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시혜적으로 ‘국민을 위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위민관보다 ‘국민과 함께 한다’는 여민관에서 국정 운영 철학이 여실해졌다.

집무실에서 나와 이 여민관에서 참모들과 함께 집무도 한다니, 전에 없던 일이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을 학수고대한다.

차에서 내려 주민들 속으로 성큼 뛰어들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똑같이 음식을 직접 떠 식사를 한다. 웃통을 받아 걸려 하자 “이런 건 나대로 합니다.”라고 사양하는 모습도 낯설다. 와이셔츠 바람으로 참모들과 일회용 커피를 마시며 산책하는 장면은 어느 회사원들의 그것이었다. 참 소탈하다.

아이를 보면 바짝 다가앉아 어르는 것도 표심을 셈에 둔 제스처가 아니다. 아이에게 눈 맞춘 웃음에 할아버지 초년의 정겨움이 묻어난다. 취임해서 며칠 뒤, 인천공항을 방문해 일만 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것도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의 골을 메우려는 의지의 발현으로 보인다.

영부인도 굳이 ‘여사’라는 호칭을 내세웠고, 대통령 당선 뒤 처음 달려간 곳이 모교 동창 모임인데, 그곳서 울음을 터트렸다 한다. 여염집 아낙의 눈물이다. 걸어서 출근하는 대통령을 등 뒤에서 배웅하는 밝은 웃음도 살갑다. 평범한 한 가장에게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 이상이 아니다.

대통령 내외분의 행보가 상식의 궤를 깨며 브레이크 없이 내달린다. 가히 파격 행보다. 눈과 귀가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대통령이 저래도 되나?’ 불과 며칠 새 사회가 달라졌다. 뉴스가 기다려지는 시절이다.

대통령이 스승의 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교사 김초원·이지혜 두 분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 스승에 대해 국가적으로 예우하려는 의중이 읽힌다. 그 위급 상황에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4층 선실로 내려갔다 목숨을 잃은 분들 아닌가. 정규 교사가 아니라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은 비인간적인 처사다. 대통령이 바로 이 점을 바로잡은 것이다.

대통령이 고 김초원 교사 부친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 3년, 많이 힘들었겠다. 이제는 꿈과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사시라. 그리고 건강도 좀 챙기시라.”고 위로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계속 고맙다는 말만 드렸다.” 감격해 울자 대통령이 한 말, “울지 마시라.”며 달래더란다.

스승의 날 뒷얘기가 화제다. 모교인 경남고 시절 은사 이희문 선생(84)과의 안부 인사 전화. 고3 때 소풍 가 친구들과 술을 마신 것을 알게 된 뒤, 그는 “문재인이, 막걸리나 한잔할까?” 하며 놀렸다는 분이다. 비서를 통해 전화해도 선생님이 받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핸드폰으로 전화해 간신히 통화가 이뤄졌는데. 이 선생이 “공무에 바쁜 대통령이 왜 전화를 하느냐?”며 야단을 쳤다 한다.

이 모두 감동으로 오는 이유가 있다. 진정성이다. 거짓 없는 참된 정이라 애틋하기까지 하다.

이제 다른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 간곡하다. 이대로 가면 얼마나 좋은가. 다만 과거의 실패를 기억해 줬으면 한다. 나라가 마침내 생광하는 것 같다.

5월의 산야가 푸르고, 정원의 나무들도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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