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별 쏟아지고…오늘 하루가 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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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김순이 시인의 집

자연이라는 책

                                  김순이

 

난 가끔 바다가 보이는 오름에 앉아

자연을 읽는다

 

하루의 마감을 빛깔로 소리치는 바다

 

일몰이 장엄한 날은

파도도 숨죽인다

바람도 가던 길을 멈춰 선다

 

바이오리듬의 곡선처럼 구불텅거리는

삶의 질곡이 버거워 멀미하는 나

 

오름에 앉아 바다를 보노라면

나를 애태우고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갑자기 희미해져간다

 

외로울 때마다 펴보는

자연이라는 책

 

 

 

▲ 홍진숙 作 시인의 집.

김순이 시인의 화원을 찾는다. ‘수선화올레’ 앞, 대문지기 노란 가자니아꽃이 활짝 반긴다.

 

구불구불한 올레에 봄을 재촉하던 제주수선화, 코끝 앞지르던 향기가 어딘가 배어있음 직도 하여 두리번거리게 된다. 지그시 물러난 자리로 휘둥그레지는 꽃길 올레다.

 

마당가 우물 안 수련 봉오리, 갓 여는 자색 빛깔엔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 곁 화무십일홍의 어려움을 숙지하던 연분홍 작약, 난장팀을 기다려준 것일까. 뜻 세워 세 송이 피워놓고, 다독이며 재워둔 몇 송이의 꽃봉오리 다소곳하다. 마음을 내는 일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게 아닌지 더욱 어여쁘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난장사람들, 한구석이라도 놓칠세라 종횡무진이다.

 

“먼 곳까지 찾아와줭 고맙수다. 돌담 어우러진 이 마을의 축복 같은 기, 듬뿍 받아서들 갑써. 문은 잠그질 않아 서울의 대학 후배들이 자고 가듯 제주 여성분들, 특히 여성문인들은 피난처가 아닌, 친정집 찾듯 와서 서실에서 하룻밤 보내다 가도 좋다. 감나무 그늘 밑에 앉아 쉬다 가기도 하고….” 온도가 느껴지는 인사다.

 

이어 난산리의 이웃인 동화작가 김정배, 문화해설사 김영선, 김혜순 시인의 공통된 인사말, “김순이 선생님이 이사 와서 마을이 유명세를 타는 중….” 좋은 인연의 씨앗과 열매처럼 밝히는 마음들이 읽힌다.

 

작약꽃에 다가가 앉은 분홍저고리의 시낭송가 손희정, 모네의 그림처럼 핑크 꽃무늬 양산이 즉석에서 제공되자 노천명의 시 ‘작약’, 시심을 퍼 올린다.

 

무대를 옮겨 화원에 파묻힌 시낭송가 김장선, 김순이 시인의 시 ‘자연이라는 책’, 새삼스레 읽게 되는 자연이다.

 

새하얀 아이리스꽃 군락에서 이정선 곡 ‘뭉게구름’, 한태주 곡 ‘자전거’를 오카리나 3중주의 발랄함에 뭉게구름이 되어보고, 내리막길의 자전거를 타듯 동심에 든다. ‘과수원길’ 합창에 당도하는 귤꽃향기에도 취해본다.

 

▲ 사진 위에서 첫번째 김순이 시인의 모습, 두번째 손희정 시낭송가가 시 ‘작약’을 낭송하고 있다. 아래서 첫번째 김장선 시 낭송가가 시 ‘자연이라는 책’을 낭송하고 있다 두번째 오카리나 3중주 연주가 진행되고 있다.

계절의 여왕 5월, 노천명의 시어가 아니어도 ‘바람난장’이 찾는 곳은 시선 멎게 하는 곳곳 아니던가.

 

누군가 방문하면 빈손으로 보내지 않음은 여전하신지, 마루 입구 음료 박스에 손글씨다. “택배기사님, 이거 2병 가져가서 목축이세요. 김순이 올림”

 

선생님의 화원은 오랜 숙제의 완성처럼 오밀조밀하다. 나이를 잊은 마음과 손길 가닿던 꽃가지마다, ‘소원이던 꽃 길러보고 죽고 싶다’던, 이사 후 소박한 꿈 이룬 셈이다. 요새 쓴 작품이 뭐냐고 물으면 ‘이 마당이 내 작품’이라고 주저하질 않는다.

 

아침이면 새들이 물 먹고 목욕하는 정거장으로, 조용한 시간이면 개구리의 합창, 밤이면 마당으로 쏟아질 듯한 뭇별과 별똥별….

 

▲ 사진은 바람난장 가족들의 모습.

평소 집지기인 ‘올레’와 ‘삐삐’도 문화예술의 개로 동료의식이던지 한 번도 짖질 않던 매너에 감사한다.

 

아직도 눈에 밟히는 작약, 노랑, 하양, 보라의 아이리스꽃, 수련꽃, 향유꽃, 자란꽃, 금잔화, 해맞이꽃, 아마릴리스….

 

 

글=고해자

그림=홍진숙

사진=허영숙

시 낭송=손희정 제주 시낭송협회 초대회장·김장선 제주 시낭송협회 전회장

오카리나 연주=이정순 제주 국제오카리나 협회장·이정아 제주 국제오카리나 협회회원·이새미 제주 국제오카리나 협회회원

 

 

※다음 바람난장은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농업회사법인 (유)삼다인농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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