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이면 주·정차 차들로 몸살 앓아
제주시가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위해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확장한 도로가 저녁 시간이면 불법 주·정차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일 밤 제주시 일도2동 삼성로. 이 도로는 전농로 방면 편도2차로와 사라봉 오거리 및 인제사거리 방면 편도2차로가 교차하는 왕복4차로지만, 양편으로 수십대의 차량이 불법주차돼 있었다.
앞서 제주시는 도시계획도로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호남석재~신산치안센터 600m 구간의 왕복2차로(15m)를 왕복4차로(30m)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했으며, 공사비로 약 14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야간시간대 불법 주·정차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로 확장에 따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운전자들이 주·정차된 차들 사이로 나오는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는 아찔한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 오모씨(52)는 “불법 주·정차된 차들 때문에 도로 확장 이후 뭐가 편해진 것인지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며 “국민 세금을 썼으면 단속을 제대로 하는 등 그에 따른 책임도 마땅히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원남 제주시 교통행정과장은 “불법 주·정차 단속반을 꾸려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단속하고 있다. 오후 8시 이후에도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현재 상습적으로 불법 주·정차되는 구간에 무인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내년 추경예산에도 CCTV 구매비를 반영한 상태”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