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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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일. 전 중등교장

1957년생 닭띠인 아내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딸이 엄마 환갑기념으로 외국 여행을 가자고 제안해 지난 5월 4일 우리는 부산에서 작은아들 내외와 합류해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채 한 시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다.

규슈는 혼슈(일본 본토), 시코쿠, 홋카이도와 더불어 일본 4개의 섬 중 하나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지하철로 이동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은 ‘와규석화구이’를 시켰는데 와규 한 점은 그냥 한입에 먹기에 알맞고 와규를 굽는 도구인 석화의 지름이 어른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원통형인데 달구어져 나와서 그 위에 와규를 잠깐 익혀서 먹는 거란다. ‘축소지향의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둘째 날 8인승 승합차를 빌려 우레시노 온천으로 향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주택지와 농지를 제외한 지역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였는데 숲이 울창함에 저절로 탄성이 연발했다. 1시간 반쯤 후 경사는 매우 심하고 오는 차와 마주칠 때는 꼭 충돌할 것만 같고 고개를 돌아갈 땐 도랑이나 절벽으로 빠질 것만 같은 길을 돌고 돌아 ‘가가미야마’ 전망대에 다다르니 일망무제! 온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후쿠오카만 전체가 한눈에 보이고 올망졸망한 섬들이 도란도란 흩뿌려져 있다. 온갖 꽃과 나무들이 조화롭게 잘 가꾸어져 있고 산책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오래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차를 돌려 30여 분 정도 달려 ‘우레시노(嬉野) 온천지구’에 다다랐다. 온천수로 끓여낸 부드럽고 맛이 일품인 두부 요리 정식을 먹었다. 사가(佐賀)현에 있는 우레시노 온천은 1300년의 긴 역사와 하루 3000톤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일본 3대 피부미인 온천 중 한 곳이란다. 노천탕과 실내 온천탕을 오가며 녹차 마사지도 곁들이며 온천욕을 즐겼다. 온천 후 몇 시간이 지나도 피부가 보들보들하고 매끄러운 느낌이다. 주변에 제주 올레길을 벤치마킹한 ‘규슈 올레길’이 있는데 올레길을 표시하는 ‘간새’를 보니 반갑고 제주올레에 온 듯하다.

셋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도심인데도 조용하고 한산하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다자이후 텐만구(太帝府 天滿宮)로 향했다. 일본의 학문의 신 ‘스가와라 미치지네’를 모시는 곳이어서 많은 참배객들이 찾아와 소원을 비는 곳으로 유명하단다. 입구 쪽에 있는 소의 동상 ‘고신규(御神牛)’의 머리를 만지며 건강을 기원했다. 스가와라 미치지네가 감금되었을 때 어떤 할머니가 이 떡을 매화나무 가지에 꽂아 창살 사이로 전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우메가에모찌’를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오후에는 1000여 년 전에 축조했다는 후쿠오카 성터를 둘러보면서 성의 높이와 규모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성을 쌓던 이들의 노고와 생사를 넘나들었을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이 씁쓸했다.

마지막 날은 9시 20분 이른 시간 탑승 때문에 일찍 서둘러 짐을 챙기고 지하철을 타서 공항에 오고 간단한 출국절차를 마치고 귀국했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게 하고 새로운 활력을 용솟음치게 한다. 더욱이 아들딸 며느리 같이 가는 여행이어서 정겹고 단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 한편으로는 애들 어릴 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준다고 했지만 외국 여행은 같이 하지 못해서 아쉽다. 그리고 비행기 한번 태워드리지 못한 채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부모님 묘소에 성묘 가야겠다. 애들아 고맙다.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애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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