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아니와 솔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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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BHA국제학교 이사, 시인/수필가

“축하합니다. 어떻게 한 번에 합격하셨어요?”

 

“운이 좋았나 봅니다.”

 

“능력이 뛰어난 분들도 여러 번 도전해야 겨우 합격하는데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격려해 주시니!”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발급받으러 갔더니 창구 직원이 건네는 말이다. 나는 석 달간의 각고 노력 끝에 ‘한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얻게 되었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조리 기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시간 있으면 한 번 제대로 요리를 익혀 보고 싶었다. 설익은 국수, 물 맞지 않은 밥, 항상 같은 찌개와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 너무 힘들었다. 특히 친구들이라도 집에 초대하는 날이면 서툴고 맛없는 음식에 그것도 인스턴트로 대접했던 기억들이 나를 슬프게 했다.

 

조리학원에 등록했다. 대부분이 여성이고 남자는 나와 또 한 분, 딱 둘이다. 내가 가장 연장자다. 기능만 배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론을 우선 익혀야 한다고 했다. 내용은 식품 위생론과 법규, 식품 위생 및 공중 보건학, 식품학, 조리원리 및 원가계산 등이다. 이제 기억력도 순발력도 떨어지고 해서 두 번 응시하겠다고 원서를 냈다. 그런데 운 좋게 처음 도전에 합격했다.

 

이제는 기능 실기를 배워야 했다. 한식 조리의 가장 기본은 무채 썰기다. 가늘고 일정하고 예쁘게 썰어야 하는데, 들쭉날쭉 굵고 가늘고 엉망이다. 하루에 2가지씩 매일 실습한다. 56 가지 요리를 익혔다. 오이선, 어선, 육원전, 섭산적, 너비아니, 칠절판, 화전, 매작과, 배숙 등 대부분 생소한 이름과 메뉴들이었다. 그사이에 세 번이나 손가락을 베어 소위 선혈이 낭자한 과정을 겪기도 했다.

 

어쨌든 국가기술 자격증을 딴 기쁨은 남다르고 뿌듯했다. 이번에는 양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한식이 가장 어렵고 양식은 쉽다고 하는데 나는 양식이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 쉬림프 카나페, 피쉬차우더 스프, 스파게티 까르보나라, 솔모르네, 뮈니엘, 치키 알라킹, 바비큐 폭찹 등 33가지 요리의 레시피를 익히고 순서에 맞게 잘 조리해야 한다.

 

책으로 익히고, 인터넷도 헤집고, 동영상도 보면서 실습도 게을리하지 앉았으나 쉽지 않았다. 학생들이나 젊은이들, 또 아주머니들은 역시 잘한다. 나는 진도 따라가기가 언제나 버거웠다. 원장님은 나를 특별히 배려해 세심히 가르쳐 주셨다. 발표 후에 원장님은 전체적으로 양식 합격률이 극히 저조하다고 했다면서 나를 위로했다. 몇 차례의 도전 끝에 드디어 양식조리사 국가 자격증도 획득하게 되었다.

 

이제는 죽도 제대로 쓸 수 있고 또 밥도 쌀의 상태에 따라서 최적의 비율로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스페니쉬 오믈렛도 월도프 셀러드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선지 집사람은 수시로 자격증 있는 사람이 집 음식도 해야 한다고 성화다. 더 열심히 잘 익혀서 가정과 사회와 세계에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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