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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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슬로건에도 역사가 있다. 슬로건이란 특정 목적을 드러내는 상징 문구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환상의 섬 제주’, ‘평화의 섬 제주’와 같은 말들이다.

‘환상의 섬 제주’라는 말은 1974년 미국 ‘뉴스위크’ 지(誌)에 소개되면서 알려졌다. 제주도가 세계 24대 관광지 중 하나로 ‘신비의 섬’ ‘환상의 섬’ ‘신들의 고향’이라는 찬사로 인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왜 환상의 섬인가. 환상의 섬이라는 이유는 제주의 살아있는 생태적 삶과 원시적 자연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도 환상의 섬인가?

또, ‘평화의 섬 제주’라는 말은 1991년 4월 19일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한·소 정상회담이 제주에서 개최된 이후 탄생한 말이다.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두 정상의 구상은 2005년 1월 27일 정부에서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하는 결실을 얻었다. 그러나 지정 후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말할 수 있는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 이후 더 늘어나는 제주 군사기지화 문제는 제주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심화시켰고 이는 평화의 섬에 반하는 논리로 귀결되었다.

제주가 진정한 환상의 섬이 되려면 지금의 개발 속도를 늦추고 신중하게 계획되어야 한다. 자연훼손은 사람들의 삶의 환경도 위협한다. 지금 제주를 보라. 제주의 빼어난 경관 지대에는 고층건물들이 분별없이 들어서 있고, 제주 해안선의 파괴는 제주 고유의 아름다움을 빼앗아갔다.

환상의 섬은 인간, 자연, 생태가 지속적으로 어우러지는 섬의 환경을 말한다. 대자본에 빼앗기는 바다, 산, 밭, 물, 공기 등이 보존되어야 하고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섬의 환경을 지켜내야 한다. 환상의 섬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해야 한다. 농업경제학자 원톄쥔 교수의 “외국의 투자자유 출입을 허락한다면 토지, 공기, 물 할 것 없이 초국가 기업에 의해 빠져나간다.”라는 말은 현재 제주의 상황과 어울린다.

그렇다면 진정한 평화의 섬이란 무엇인가. 평화란 화목하게 살려고 하는 인류의 가치이다. 그것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며 다양한 국가의 인종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 제주는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 속에 있는 듯하다. 중국이 주변국으로의 발 빠른 약진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위기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 제주도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틈새에 있다. 역사적으로 제주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군사기지라는 지정학적 중요 지점에 있었다. 평화의 섬은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동아시아의 질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2017년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했다. 제주 또한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제주가 새 정부에 의해 환상의 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전략적 개발지구로 거듭나야 한다. 초국적 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자연자원을 지키고, 이주민이나 도민들 모두 자연보호야말로 진정한 개발이라는 깨인 인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외지자본의 투자유치는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투자와 관광정책이 제주민 중심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진정한 평화의 섬을 위해서는 강정 해군기지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며, 평화의 섬에 걸맞은 한국식 정책을 통해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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