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무표정·한숨…최순실 적극 발언·격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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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지기' 법정대면…눈도 제대로 안 마주쳐…崔 마이크 잡자 변호인 말려
박근혜 호칭은 부르는 사람 따라 '가지각색'…"피고인·전직 대통령·대통령"

"피고인들은 모두 나와서 자리에 앉으십시오."
   

23일 오전 10시 1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 대법정에서 재판장의 지시에 피고인 출입문이 열리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교도관과 법정 경위의 안내를 받아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옆자리에 마련된 피고인석에 앉았다.

   

검찰과는 마주 보는 자리다. 양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방을 벌일 수 있도록 마주 보고 재판에 임하는 구조다. 재판부가 앉은 법대(法臺)에서 보면 왼쪽, 방청석에서 보면 오른쪽 위치다.

   

그는 남색 재킷과 청색계열 바지에 굽 높이가 5∼7㎝ 정도 돼 보이는 구두를 신고 등장했다.


   

집게 핀 등을 이용해 '약식 올림머리' 스타일까지 연출해 언뜻 보기에는 재임 중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얼굴은 무표정이었고 그의 왼쪽 옷깃에는 서울구치소 수용자임을 나타내는 '503'이라는 수용자 번호가 적힌 둥근 배지가 달려 있었다.

   

부은 눈가와 초췌한 얼굴빛이 피고인이자 미결 수용자이며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그의 처지를 실감하게 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밝은 베이지색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61·개명 후 성명 최서원) 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앉았다.

   

최 씨의 국정개입 의혹 파문이 본격화한 후 처음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된 두 사람은 인사는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최씨가 들어와 앉을 때는 이경재 변호사가 일어서서 박 전 대통령 측을 자연스럽게 '가리면서' 곧장 자리에 앉도록 안내했다.'


사진·영상 취재진에게 허용된 약 2분간의 촬영 시간은 물론이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두 사람의 행동은 이른바 '40년 우정'이 무색할 정도였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된 직후 유 변호사와 잠시 귀엣말을 나눈 것을 제외하고 재판이 진행된 약 3시간(휴정 10분 포함) 동안 검사들이 앉아 있는 정면 방향을 응시했다.

   

그는 재판장의 질문을 받았을 때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몸을 돌려 일어선 후 재판부를 향해 답변했고 그 외에는 손을 가지런히 모으거나 의자 팔걸이에 몸을 의지하듯 올리고 반듯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가끔 시선을 위쪽으로 향하며 고개를 젖히거나 물을 따라 마시는 것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이 없었다. 아무 메모도 하지 않았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설명할 때 작게 한숨을 쉬는 것에 그의 불편한 심경이 묻어나는 듯했다.


최순실 씨는 작년 12월부터 계속 공판기일에 출석해 법정에 익숙해진 탓인지 재판 진행 중에 박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피고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보고 감정이 격해진 때문인지 자신의 직업과 주소 등을 대답하는 동안 울먹이듯 코를 훌쩍였다.

   

검사가 발언할 때 꼼꼼하게 메모를 하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최 씨는 공소사실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차례가 오자 "40여 년간 지켜본 박 대통령께서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에 참여한 검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뇌물로 엮어가는 것은 무리한 행위"라고 의견을 밝혔다.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 후 최씨가 뭔가 말하려는 듯 마이크를 잡아당기자 이경재 변호사가 말리는 모습이 '순간 포착'되기도 했다.

   

중간에 10분간의 휴정 시간이 있었으나 최 씨가 먼저 피고인 통로로 이동했고 시차를 두고서 박 전 대통령이 이동해 두 사람이 법정에서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이동할 때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과 배성례 전 홍보수석, 허원제 전 정무수석 등이 피고인 측 관계자 자격으로 방청권을 얻어 피고인 출입구와 맞닿은 좌석에서 도열하듯 서서 응시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앞만 보고 이동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표현은 각기 달랐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박근혜 피고인"이라고 줄곧 불렀고 검사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피고인", "전직 대통령" 등의 표현을 섞어 썼다.

   

유 변호사는 초반에는 "대통령인 피고인께서", "피고인인 대통령 박근혜"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대통령께서"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최순실 씨는 개명했기 때문에 거의 "최서원 피고인"으로 불렸고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나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 회장", "신동빈 피고인" 등으로 불렸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이 된 만큼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기 싸움도 치열했다.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 등 검사 8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는 탄핵심판 때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한 유영하·채명성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신 회장의 변호인으로는 법원 '엘리트 법관' 출신인 김앤장법률사무소 백창훈, 김유진 변호사가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변호인석에는 피고인 3명을 위해 최소 14명의 변호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법원은 사전에 응모를 거쳐 당첨된 이들에 한해 일반인 방청을 허용했다.

   

신분증과 응모권을 확인하고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면밀한 수색을 한 후 방청객을 법정에 입장시켰으며 법정 안에 경위 10여 명, 교도관 8명, 복수의 사복 경찰 등이 배치됐다. 재판은 특별한 소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끝났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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