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을 본 후, 손으로 만지고 벽에 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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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 한마음병원 2신경과 과장

‘늙는다는 건 참으로 무서운 일

내 어머니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낯선 자가 되어가네

늙고 눈먼 어머니의 말은 귀신의 말이 되어가고

나 또한 악마로 변해가니

망령든 어머니 나무라며 눈물 흐른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딸이 쓴 시 ‘치매를 산다는 것’ 中

 

젊은 사람들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다”라고 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벽에 똥칠할 때까지는 살고 싶지 않다”고들 웃으면서 말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본인은 이것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만약 가까운 사람들 중 누군가가 실제로 그럴 때에는 상당히 당황하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치매 초기에는 본인도 치매라고 생각 못 하고 ‘나이 탓’으로 받아들이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 탓으로 할 수 없는 증상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더욱 진행하여 중기에 이르면 기억장애뿐만 아니라 시각공간감각 장애, 언어장애 등이 나타나며, 이외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흥분이나 공격적인 행동, 한밤중에 일어나기, 요실금, 변실금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여기에서는 변실금 후 발생하는 변을 만지고 벽에 칠하는 증상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치매증상이 진행하면 요의(尿意)와 함께 변의(便意)도 감소하기 때문에 변실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변실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가족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고 당황하게 되며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심지어는 치매와 관련하여 진료를 받으러 와서까지도 말하기를 꺼려합니다. 변실금 증상으로 가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변을 만지고 집안 곳곳에 묻히거나 칠하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배변을 하고자 할 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변을 본 뒤 기저귀를 갈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불쾌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뭔가 물컹물컹한 느낌이 들어 ‘이건 뭐지?’라고 기저귀 안에 손을 넣으면 손에 변이 묻게 됩니다. 손에 뭔가 묻으면 이것을 떼어 내려고 벽이나 방문 등에 문지르게 될 것입니다. 이동식 변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변을 본 후 바로 치우지 않으면 ‘이건 뭐지?’라며 변기를 열어서 변을 만지고 변이 손에 묻으면 떼어내려고 아무 곳에나 문지르게 됩니다. 이것은 중기 이상의 진행된 치매환자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래서 변을 만지고 바르는 행동의 교정에만 집중하면 서로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변을 본 직후에 기저귀를 교체하거나 이동식 화장실을 즉시 치운다면 변을 만지는 행동도 사라집니다.

 

치매 환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기저귀를 차는 것은 불편합니다. 앉는 것이 가능하다면 가능한 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분이나 음식의 섭취량을 생각하여 일정한 시간이 되면 화장실을 가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장실로 유도할 때에는 “또 오줌을 싸면 저희가 너무 힘드니까 화장실에 가셔서 볼 일을 보도록 하세요.”라는 식의 환자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말이 아니라, “산책을 가려고 하니까 그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 좋겠어요.”라든지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라고 권유하는 것처럼 환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매가 진행하여 중기에 이르면 ‘이상한 물건을 먹거나 잘못을 저지르고 해맑게 웃기’, ‘주변사람을 도둑으로 의심하고 욕하기’,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든지 쓰레기나 음식을 모으는 것’, ‘교묘하게 지어낸 이야기를 자꾸 한다는 것’, ‘갑자기 밤중에 일어나서 맨발로 밖으로 나가는 것’과 같은 건강한 사람의 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주변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 모두에게 이런 증상이 다 생기는 것도 아닐뿐더러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증상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각각의 증상은 나름대로의 신체적, 심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주위환경이나 가족과의 관계성에 의해 유발되며 이것은 치매 환자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치매를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여러 증상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도움을 줄 수 있거나,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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