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유감
스승의 날 유감
  • 제주일보
  • 승인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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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前 백록초등학교장/동화작가

꽃들이 만개하는 5월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리고 가정의 달이며 성모성월이다. 어린이날에서부터 어버이날, 부부의 날까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달이기도 하다. 이 5월의 중심에 스승의 날이 있다. 부모가 자녀를 낳고, 먹이고 입혀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시킨다면 교사는 교육을 통해 스스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전수해 주고, 예절을 가르쳐 준다.

가정이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곳이고 사랑으로 맺어지는 곳이라면 학교는 교육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학교 가는 길’이라는 영화를 보면 히말리아 산맥에 사는 중국이나 티베트 부모들이 며칠씩이나 얼음 강을 건너고,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고생을 하면서 자녀를 데리고 학교로 간다. 외줄로 절벽 사이를 오가고, 험한 산을 넘으면서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학교에 가야 교육을 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것처럼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끊임없이 연수를 통해 새 지식을 쌓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사람을 다루는 일의 어려움은 어린이이건 성인이건 별로 다르지 않다. 천방지축인 학생을 만나 수시로 분노와 좌절을 겪는다. 아침부터 하교 시간까지 교사의 속앓이는 지속되어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힘들지만 교사는 포기하지 않는다.

소중한 날에는 선물을 한다. 사랑과 존경의 증표로 선물이 존재한다. 설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생일, 결혼기념일, 환갑, 진갑, 결혼식 등 소중한 날은 선물을 한다. 동물도 사랑을 하려면 선물을 준다.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선물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상대방을 배려는 마음의 징표이기도 하다. 스승의 날 선물도 그런 것 중 하나였다.

아픈 스승을 위해 쌀을 모았던 강경여고 적십자 단원들의 소박한 마음이 마중물이 돼 스승의 날로 발전했다. 그런데 스승의 날은 교사에게 선물해야 하는 날로 변질됐고, 학부모에게 고통을 주는 날이 됐다. 자녀가 선물 때문에 교사로부터 차별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학부모들이 괴롭던 날이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스승의 날은 교사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품위를 떨어뜨리는 날이 되었다. 교사들을 선물이나 기다리는, 선물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는 타락한 집단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의 일탈이 모든 교사들에게 흙탕물을 끼얹고 말았던 것이다. 온갖 매스컴과 정치권이 교사들의 권위를 추락시켜 버렸다. 권위가 없는 교사의 가르침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학교는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내거나 현수막을 달기도 하고 아예 공휴일로 만들어 버렸다.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부패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카네이션 한 송이도 받을 수 없게 되어 더욱 우울한 날로 추락시켜버렸다. 머지않아 스승의 날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벌써 사라진 것이나 진배없다. 스승의 날을 반길 교사가 거의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스승의 날은 소중한 날이다. 학교가 있는 한, 학생과 교사가 있는 한 스승의 날은 존재해야 한다.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장이 있는 한 스승의 날은 이어져야 한다. 교사의 보람은 제자가 있다는 것이고, 존경하는 선생님을 떠올릴 수 있는 날이 스승의 날인 것이다.

교사들이 하나도 즐겁지 않은, 오히려 어색한 날이어도 스승의 날은 아름다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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