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사라지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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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자녀가 달랑 하나, 아니면 둘인 보통의 가정에 비하면 우리 집은 아들만 넷이랍니다.

 

지금 12살, 9살, 6살, 3살이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릅니다. 남들은 제주에 와서 산다면 힐링하러 오는 줄 알지만 시댁이나 친정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는 제주살이 1년이 힘들기만 하답니다. 그런데 마침 어제 남편이 술 한잔하고 들어와서 큰아들에게 몇 마디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대뜸 하는 말이 “그럼 저만 사라지면 되겠네요.” 하더군요.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던지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어머니의 말로는 별말은 아니고 ‘이렇게 우리 집은 형제들이 많으니 엄마도 힘들고 아빠도 어깨가 무겁다. 그러니 너도 장남으로서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정도의 말이었다고 한다. 부모라면 의례 할 수 있는 말이었고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는데 아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한마디를 던진 것이다.

 

아들의 속마음을 한 번 생각해보자. 아들은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아도 지금 자신의 위치가 부담스럽다. 형제가 많은 게 좋은지는 아직 모르겠고 단지 형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양보와 배려를 기대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그런 불만도 없지 않다. 거기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좋은 아들, 동생들에게는 믿음직한 형이 되고 싶은데 그런 마음을 알아주기보다는 여기에서 더 많은 걸 기대하는 듯하다. 그런데 오늘은 아버지도 자기들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만 사라지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한마디 한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이와 다르지는 않다.

 

“00야, 아빠는 네가 나의 큰아들이어서 참으로 믿음직하다. 아들 넷 키우려면 때론 어깨가 무겁다 싶다가도 네 얼굴만 보면 힘이 나는구나. 지금까지 장남으로도 좋은 형으로도 참 잘해왔다. 늘 고맙고 기특하다. 이런 아빠의 마음 알지?”라고 했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나왔을까? 아마도 “네, 제가 잘할게요. 그러니 아빠도 힘내세요.”가 아닐까? 그러면서 지금까지 잘 못 했던 것도 반성하며 앞으론 정말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들 것이다. 거기다 아빠를 배려할 수 있는 아들이라는 자부심까지 보너스로 얻게 된다. 단 아버지가 한 번만 깊이 생각하고 말을 했다면 말이다.

 

문제는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앞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이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아이의 마음을 풀어놓을 기회라고 생각하자.

 

“우리 00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우리 00도 그동안 많이 노력했는데 몰라준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거겠지. 그동안 잘 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지. 바로 그 점을 말하고 싶었던 건데….”라고 한다면 아이도 눈물을 반짝이며 비로소 아버지가 말하고 싶었던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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