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전쟁
일손 전쟁
  • 제주신보
  • 승인 2017.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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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지금 농촌 들녘이 바쁘다. 마늘 수확 일손 돕기가 한창이다. 농촌에는 대부분 노인들만 남아있어서다.

2015년 기준 도내 농가인구는 9만3404명으로, 1990년보다 43%(7만719명)나 감소했다. 그러나 70세 이상 농민은 전체(3만3487가구)의 27%(9109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10명 중 3명이 고령농이다.

농민들은 고양이 손이라도 아쉬운 형편이다. 지난해 3500여 농가가 2000만㎡ 밭에서 3만t의 마늘을 생산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계약재배 물량은 33%(1만47t)다.

인건비는 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000원이 올랐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인부를 구하려고 인력업체에 웃돈을 줘야할 상황이다.

2013년 이맘 때 공무원들의 일손 돕기 현장을 취재했다. ‘농민의 마음으로 구슬땀 흘린 공무원들’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기사로 쓰지 못한 사연이 있었다.

땡볕에서 허리를 펴지 못한 채 한나절 동안 기어 다녔던 공무원들의 입에선 단내가 절로 났다. 새내기들은 적응이 안 되는지 숨을 헉헉 거렸다. 농촌에서 자란 한 공무원은 “마늘 농사가 너무 힘들어서 공무원시험을 봤다”며 웃픈 사연을 꺼냈다.

마늘 수확에 참여한 일부 공무원들은 강도 높은 노동에 허리가 욱신거려 다음 날 업무를 하는데 피곤하다고 했다. 숙련된 농민들도 마늘 농사는 힘들어 죽겠다는데 공무원들의 심정은 모를 바 아니다. 고령농민과 병환을 앓고 있는 농민을 돕겠다고 나선 공직자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한다.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가에선 해병대원을 최고로 친다. 한나절에 할 일을 반나절에 끝내 버려서다. 그런데 올해는 FIFA U-20 월드컵대회에 대테러 경계에 나서면서 예전만큼 지원을 못 받아 농가에선 아쉬움이 많다. 지난해 장병들은 30일간 일손 돕기에 나섰는데 올해는 10일에 머물게 됐다.

보리와 콩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기계화가 됐지만 마늘은 기계화율이 사실상 제로다. 심고, 뽑고, 자르고 선별하는 모든 과정에 사람 손이 필요하다.

수확기, 절단기, 파종기가 개발됐지만 농민들은 번거롭고 일손이 더 든다며 기계를 꺼려한다. 가령, 절단기를 이용하려면 마늘에 붙은 흙을 일일이 털어낸 후 일주일동안 말려서 기계에 한 묶음씩 올려놓아야 한다. 제주에선 대신 작두를 쓴다. 흙이 가득 달라붙어도 다발 채 넣어 싹둑 자를 수 있어서다.

수확기 역시 찰진 흙이 많은 대정읍지역에선 효율성이 떨어진다. 기계에 떡처럼 달라붙은 흙을 빼내려면 일손이 더 많이 간다. 힘이 들지만 낫으로 베어내 흙을 툭툭 털어내면 그만이다.

전남에선 7줄 파종기가 실용화됐지만 제주 농민들은 중간상인과 포전(밭떼기) 거래를 하기 위해 12줄을 심는다. 단위면적당 더 많이 생산해야 밭떼기 계약이 가능해서다. 현재 12줄을 파종할 수 있는 기계는 나오지 않았다.

기계화 영농은 제주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다.

인력난과 고령화, 비기계화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민을 위해 행정과 군부대, 경찰, 농협, 자생단체에서 대대적인 일손 돕기에 나섰다. 지난해는 연인원 3500명, 올해는 5000명이 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수년째 해왔던 일손 돕기는 속도를 내지 못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2031년 5296만명을 정점으로 점차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이 현실이 됐다. 심각한 인력난으로 일부 농가는 수작업으로 하는 마늘 대신 양파를 심거나 다른 작물로 바꾸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안에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 괭생이모자반까지 몰려들었다.

6월을 맞이해 일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5년 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속도로 줄어든다는 ‘인구절벽’도 다가왔다. 농촌 인력난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