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영리병원 건립, 확실한 반대의 이유는 없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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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제주한라대교수/논설위원

대략 달포 전 도내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천천히 출발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영리병원 반대!’

뛰면서 생각했다. ‘이상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병원들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피부질환 처치보다 점 빼기, 주름 제거, 피부 미용과 같은 ‘의료서비스’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피부과는 뭔가? 안과 병원에 라식이나 라섹을 허용하지 말라는 건가? 영리를 추구할지도 모르니 한의원에서 보약을 팔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인지?’ 그건 아닐 게다.

필자도 대략은 안다. 지금 제주도에 건설 중인 이른바 ‘영리병원’이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를 흔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논리는 이렇다. ①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거대 자본이 투자한다. ②최고의 대우를 받기 위해 최고의 의료진이 모여들고, 최신의 의료기기를 설치하니 부유한 환자들이 모여들어 많은 돈을 번다. ③제주에서의 영리병원 성공으로 국내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영리병원 설립 신청이 줄을 잇는다. ④경제자유구역 외에도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고, 건설되고, 성공한다. ⑤의료수준이 높은 고가 영리병원의 성공으로 일반 의료기관의 의료수준이 낮아지고 그에 따라 환자의 신뢰가 떨어진다. ⑥의료양극화가 발생하고 결국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진다. ⑦감기 치료하는데 10만원이 든다.

물론 ①번부터 ⑦번까지 순서대로 또는 동시에 발생한다면, 최후에는 비교적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우선 ①번부터 살펴보자. 현재 제주도에 건설되고 있는 녹지국제병원은 비교적 큰 기업이 투자한 것은 맞다. 그러나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지는 않았다.

②번도 그렇다.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에 의사 9명, 간호사 28명, 47개 병상으로 도대체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정도 수준의 병원에서 진료, 처치, 수술하기 위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의사가 비행기 타고 날아와 참여하게 될까?

③번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경제자유구역은 모두 8개다. 경기도 황해권, 전북 새만금, 전남 광양만 일대, 경남 진해와 부산, 충북 오송 인근, 강원도 동해안권, 인천 송도와 같은 곳들에도 거대 자본이 거대하게 투자하게 될까? 뭘 보고? 그러면 저절로 최고의 의사와 설비가 모이고, 돈 많은 내외국인 환자들이 몰려가서 진료 받게 될까? 뭘 믿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정부가 ‘얼싸쿠나!’하고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나? 아마 법을 개정해야할 사안일 텐데, 국민여론이나 선거는 관심도 없고, 오직 대자본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자세하게 열거하고 세세하게 설명하자면 한이 없다. 전형적인 ‘침소봉대(針小棒大)’. 바늘을 가져다가 쇠몽둥이라 하는 격이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의료계에서는 어쨌든 새로운 경쟁상대이니 외국자본의 영리병원을 반겨줄 이유는 없겠다. 일부는 정치적인 반대를 위한 ‘꺼리’로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은 안 돼!’라고 생각하시는 분의 다수는 진심으로 의료양극화와 의료보험체계의 붕괴를 걱정하기 때문일 것이라 믿는다. 걱정마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논리적인 추론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그런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중간에 막으면 된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후, 도내 언론 지면에 ‘영리병원 반대’ 광고가 실린 것을 보았다.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것 이외에 영리병원에 어떤 ‘숨은 음모’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누군가 알려주시면 좋겠다.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 건강한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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