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것은 AI가 다시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제주를 비롯해 오골계를 구매한 부산 기장, 경기 파주, 경남 양산 등의 6군데 농장에서도 AI 의심 사례가 확인됐다. 그야말로 전국적 분포를 보이는 게 문제다. 해당 지역 가금류 3만여 마리가 살처분됐음은 물론이다. 정확한 경로 파악이 안돼 이래저래 걱정이다.
납득할 수 없는 건 AI 의심 사례가 발생했는데도 농가들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내 2개 농장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오골계 폐사가 시작됐으나 당국이 AI 바이러스를 확인한 3일까지 이를 숨겼다. 두 농장에서 연락을 받은 군산 종계농장도 ‘다른 질병일 수 있다’며 신고를 외면했다. 경각심 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정의 초동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제주에서 AI 최초 신고는 지난 2일 오후 3시였다. 허나 제주도가 오일시장에서 팔린 오골계 155마리의 행방을 찾아 나선 건 이튿날 오후 6시가 넘어서다. 추가 전파를 막는 게 급선무라는 점에서 늑장대응 논란이 있다. 여태 50여 마리의 행방을 찾지 못한 게 화를 키울 수 있어서다.
AI는 초동 단계에서 차단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확산된다는 건 이미 경험했다. 특히 바이러스가 대규모 사육단지로 유입되면 손을 쓰기가 더욱 어렵다. 더구나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방어막이 뚫리면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다. 청정제주 축산의 한 분야가 한순간에 무너지면 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정부는 이번 AI가 고병원으로 확진됨에 따라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나아가 이낙연 총리가 컨트롤타위가 돼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전국을 휩쓴 AI 사태로 살처분된 가금류가 3700만 마리에 달한다. 언제까지 속절없이 당하기만 할 것인가. 이번 사례는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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