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 주식은 언제 돌려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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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 초빙교수/논설위원

지난 2일 폐막한 제 12회 제주포럼이 81개 국가, 5500여명의 참가자를 기록하면서 국내 최고의 국제회의로 자리매김하였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7번의 제주포럼이 해비치호텔에서 지속되는 동안 ‘우리가 왜 컨벤션센터(ICCJEJU)를 건축했는지’ 반문해 온 이들에겐 비로소 안도감이 찾아든 순간이었다. 손님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우리 집 사랑채를 놔두고서 무엇 때문에 옹색한 남의 집 바깥채를 빌려서 잔치를 벌인단 말인가?

이러한 생각이 안면에 희색을 드러낸 탓일까? 세션을 준비하기 위해 모여 앉은 사람들 중 한 분이 그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컨벤션 주식은 언제 돌려주는 거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ICCJEJU의 사장이란 ‘주주의 눈물을 가슴으로 담는 자리’라고 토로했던 게 10년 전 일이 아니던가?

2006년 5월, 사장이 되고 나서 한 달쯤 지난 즈음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저는 1997년에 컨벤션 주식 300만원을 매입한 사람인데, 퇴직 이후 현재 무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백수로 10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가정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게다가 딸이 추락사를 당해 지체장애아가 되어 빚만 크게 늘었습니다. 당시에는 컨벤션 주식을 사도록 대대적인 광고를 하여 은행 직원의 권고로 매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분위기는 매년마다 배당금은 물론 상장도 되어 매매가 자유로울 것 같았는데 근 10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습니다. 저는 3남매를 둔 가장으로서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습니다. 법정이자라도 쳐서 환매하여 주십시오. 사장님, 꼭 회답해 주시고요. 2006년 5월 5일’

하지만 나는 이 편지에 회신을 못한 채 사장직을 떠났다. 그 후로 10년이 흘렀으되 여전히 주주들의 눈물은 고여 있는 그대로다. 그중에는 ‘시한부 암 선고를 받았으니 컨벤션 건물이라도 가슴에 담고 가겠다’는 주주도 있었다. 그분과 마주 앉아서 말없이 삼켰던 눈물의 밥은 지금도 여전히 쓰리고 서럽다.

ICCJEJU의 자본금 1666억원 중, 개인주주들의 지분은 133억원이다. 적어도 이 분들의 애환은 풀어야 한다는 게 제주도정의 방침이었다. 그래서 2006년도에는 어렵사리 확보한 앵커호텔(지금의 부영호텔) 부지를 매각하고 개인도민주 반환자금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법인주주였던 대우조선해양㈜의 반대 소송으로 계획은 무산되었다.

도민주 반환문제는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단골메뉴다. 그동안 소송제기 등으로 상황이 다급했던 일본 도민주 63만2700만원 중 57만7500만원은 앵커호텔을 매입한 ㈜부영에서 인수하였다.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2016년 6월에는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현우범의원이 제주도의 추경안을 심사하면서 도민주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정은 ICCJEJU의 마이스(MICE) 복합시설 확충과 연계해서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실 도민주는 ICCJEJU를 탄생시킨 모태요, ICCJEJU는 제주관광의 미래이자 희망이었다. 관광지와 신혼여행 위주의 관광 패러다임을 컨벤션 중심의 질적 관광으로 전환키 위해 잉태되었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가 태어나면서 동생보다 못한 애물단지가 되었다. 오죽하면 컨벤션센터와 관광공사를 융합해서 컨벤션관광공사로 거듭나게 해달라며 사정하고 애걸하였으랴. 이 또한 도민주가 장애가 되어 무산 되고 말았다.

다행히 지난 6월 7일, 제주도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조9887억원을 기록했다. 도민 행복을 위해 쓰레기 308억원, 대중교통 259억원, 주차 237억원, 질적 관광 53억원 등 857억원이 배정됐단다.

이쯤 되면 ICCJEJU의 도민주에도 눈을 돌릴 때가 아닐까? 제주도정의 20년 된 숙제, ‘컨벤션의 눈물을 닦으라’는 소명에 이제는 도지사가 응답할 시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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