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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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공공이란 이름으로 야외에 설치된 일부 작품들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뜻도 의미도 없이 미술관을 뛰쳐나온 공공미술이 공해(公害)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일찍이 도내 일부 예술인들 사이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작품이 품고 있는 주제, 또는 작가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특정한 장소에 설치된 조형물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공해(公害)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현실화 된 것이다.

미술관을 뛰쳐나온 공공미술이 처한 몇 사례를 살펴보자.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공공미술시범사업 ARTscape JEJU’의 일환으로 2008년 2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문화공원에 설치된 작품들이 결국 지난해 12월 철거됐다.

제주도는 ‘미래를 묻다’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타임캡슐 매설과 함께 정문 조형물, 나뭇잎 조형물, 계단벽화, 벤치·놀이기구 페인팅, 음용수대, 핸드레일 등을 조성했다. 특히 지역 주민과 어린이 등 300여 명이 참여한 타임캡슐은 그동안 관리 소홀로 방치되면서 대부분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됐다.

제주도가 2009년 3억원을 들여 대형 벽면에 사람, 사물, 풍경 등의 사진 이미지를 모아 모자이크 처리한 공공미술 작품도 흉물로 방치되다 결국 퇴출되는 절차를 밟았다.

이에 앞서 서귀포시가 2008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 7억7200만원을 들여 이중섭거리에 공공미술을 접목시켜 설치한 가로등도 2015년 철거됐다.

이중섭 화가의 작품을 형상화한 가로등은 33개(루미나리형 10개, 간판형 23개)로 당시 1개당 설치 비용은 루미나리형 2660만원, 간판형 2197만원이었다.

2011년과 이듬해 불어닥친 태풍으로 가로등 7개가 파손되며 가로등 교체에 7500만원이 추가로 투입되기도 했다.

경관과 디자인이 고려되지 않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일면서 결국 10년도 안돼 철거됐고, 서귀포시는 새로운 디자인의 가로등 설치에 4억4000만원을 투입해야 했다.

서귀포시가 행복 프로젝트, 아트플랫폼, 예술의 섬 프로젝트를 통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송산·정방·천지동 일대에 조성한 ‘유토피아로(yoUtopia-ro·遊土彼我路)’와 ‘작가의 산책길’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도 54점 가운데 7점이 건물 철거, 훼손 등의 사유로 작가의 동의를 거쳐 지난해까지 철거됐다.

나머지 47점은 작품 관리에 대한 협약기간이 지나 서귀포시가 관리하고 있는데 이 중 외국인 작가의 작품 일부가 또다시 훼손되면서 최근 작품 일부가 철거되는 수난을 겪었다.

서귀포시는 작가의 산책길 해설사 29명을 통해 주 1회 이상 작품을 점검하고 서귀포시주민협의회에도 위탁 사업으로 관리를 맡겼다고 밝히고 있지만 야외에 설치된 작품 특성상 추가 훼손 우려가 없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외국 작가 작품의 경우 철거하려면 작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억7000만원을 들여 유토피아로와 작가의 산책길에 조성된 공공미술 작품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 둘 철거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업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거리와 가로수, 간판, 건축물, 담장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이 존재하는 그 자체로 작품이자 공공미술의 범주에 포함된다.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우리 주변에 인위적으로 세운 것이 흉물이 될 수도 있고, 주위에 있는 자연 자체가 멋진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쪽에서는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인 자연을 파괴하면서 또다른 곳에서는 언젠가는 철거돼야 할 운명에 놓인 구조물을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마구 설치하는 행위는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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