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제주인그리고탐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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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한국문인협회 이사 작가/논설위원

소통의 기본 매개체는 언어다. 그런데 제주인들은 언어의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울에 가면 표준어를 사용하면서도 고향 사람을 만나면 제주어를 쓴다. 친근감과 동질성의 표현이다.

필자는 지난 2일 찾아가는 탐라문화제 행사 참가자로 일본 오사카를 다녀왔다. 오사카에는 일본에서도 가장 많은 교민들이 사는데 제주출신만 8만 명이 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더 많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관서지역에서는 2세, 3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제주어는커녕 한국어를 모르는 이가 많다. 많은 교민들이 사회적인 제약과 불평등 때문에 귀화를 했다고도 한다. 교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한인 타운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발전 양상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한쪽은 고층빌딩이 즐비한데 한인 타운은 의도적으로 외면하여 전철 역사마저 초라했다. 일본은 교민 사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각종 민원이나 개발에 미온적이고 교민들은 쫓겨나지 않기 위해 온갖 불편을 감수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제주예총과 공동으로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탐라문화제의 내용을 압축한 전시와 공연물을 가지고 오사카를 찾았다. 오사카 시립 히가시나리 구민 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공연 한 시간 전부터 교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행사장 로비에는 사진협회가 제주도 전통 사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열었다. 젊은 교민들은 신기한 듯 바라봤고 담당자는 설명하기 바빴다. 이 작품들은 관서교민회에 기증되었다.

교민회 젊은 임원들이 일찍 나와 좌석을 만들고 장내를 정리하면서도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공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까 두려웠다. 1000여 석에 달하는 객석은 시작되기 10분 전에 이미 만석이 되었다. 관서교민회 임원들이 애쓴 결과다. 개회식은 일본어로 통역이 되었고 공연은 자막으로 설명됐다. 첫 번째 공연이 제주민담구연이었다. 제주어로 구수한 옛날 이야기 한 토막을 구연하는데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내 여기저기서 제주어를 따라하며 호응하는 사람들이 꽤 많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어진 민요와 총체극 ‘제주이야기’ 공연에서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고, 웃음으로 환호했다. 오랜만에 듣는 제주어가 정겹고, 감동에 겨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이도 더러 있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이제는 가도 반겨줄 이 아무도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눈물을 만들었음이다. 고향을 떠나 겪었을 멸시와 시련과 간난의 시간들, 부모 형제에 대한 그리움과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 고향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편안함 등 복합적인 회한이 그들 가슴을 적시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공연이 끝나고서도 교민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교민회 임원들과의 늦은 만찬 자리에서도 이역 땅까지 찾아와 준 일행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문화는 이렇게 흩어진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을 가졌다는 것도 알았다. 그게 어디 오사카 교민들 뿐이겠는가? 제주를 떠나 해외에, 국내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재외 도민들이 많다는 말이다. 제주가 고향이라고 하나 일 년에 한 차례라도 다녀가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다. 고향을 떠나면 제주어를 잃어버리고 제주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매년 개최되는 탐라문화제에 참가하는 재외 도민들은 극소수다.

제주 문화는 어디서나 아무 때나 듣고 볼 수 없는 특수성을 지녔다. 우수하고 독특한 제주 문화를 재외 도민들 곁으로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제주민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게 해주는 것도 행정 당국의 몫이다. 찾아가는 탐라문화제가 해외만이 아니라 국내 제주도민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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