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교육이다
문제는 교육이다
  • 제주신보
  • 승인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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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나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는 하버드 중퇴자다. 그들은 왜 ‘하버드 졸업장’을 포기했을까? 그들에게 대학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는 곳이었을 뿐, 진로를 보장해 주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로를 정한 그들에게 졸업장은 종이쪽지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 실업자 가운데 대학 졸업자는 절반에 가깝다. 이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장은 더 이상 취직을 보장해 주는 스펙이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16 OECD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25~34세 집단의 대학 졸업자 비율은 29.6%에 불과하다. 70%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잘살고 있다.

‘최고의 공부(2013)’ 저자인 컨 베인은 한국 교육은 배운 걸 달달 외워 높은 점수를 받을 줄 아는 전략적 학습자만 양산할 뿐 창의적인 인재는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어느 CEO도 한국 교육은 잡어급 인력만 배출한다고 꼬집는다.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인간의 능력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 방식이 정해진 일들은 자동화 수순을 밟아간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직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주입식 줄 세우기 교육이나 사교육으로는 신이 된 인간(Homo Deus, 유발 하라리)을 넘보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기존 지식을 흡수하고, 그 위에서 사고하고 분석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은 다양한 구성원이 협동하며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을 할 수 있는 심화 학습자를 키워야 한다. 차라리 교과목보다 ‘감성 지능’이나 ‘마음의 균형’을 높여주는 게 낫다는 이도 있다.

OECD에서 실시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우리와 핀란드 학생들은 최상위권이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사뭇 다르다.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공부를 끝내는 반면, 우리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많은 시간을 공부한다. 15세 청소년의 사교육 시간은 한국이 3시간 36분인데 비해 핀란드는 거의 없다. 핀란드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학원에 있을 동안 운동이나 독서, 봉사 활동을 한다. 질이 다른 삶을 산다. 우리 아이들도 사교육에서 풀어줘야 한다.

공부는 제때 해야 효과적이다. 섣부른 선행학습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고, 학업 기피나 학업 의존으로 이어진다. 사교육은 꼭 필요할 때 부족한 부분만 현명하게 이용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실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혼자 생각하고, 남과 협력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다. 부모는 아이의 조력자에 머물러야 한다. 아이의 삶을 부모 주도로 이끌어 가는 것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로 길들이는 것이다.

OECD 2015 PISA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 최하위다. 반면 핀란드가 1위다. 우리 학생 82%가 1등을 하고 싶어 하고, 75%가 성적을 걱정한다. 이런 고민은 고스란히 사교육으로 이어지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어쩌면 오늘의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배척이나 갈등은 공감이나 협력보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1등 지향주의 교육에서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교육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땜질식 응급 처방으로 혼란만 가중시킬 게 아니라 총체적 진단으로 백년대계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