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균조자 살 수 없었던 기타큐슈 무라사키강이 정화된 모습. 과거 악취로 사람이 살지 않았던 강 연안에는 고층 빌딩이 들어설 정도로 깨끗해졌다.

다이옥신 저감기술이 없었던 1970~1980년대.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술과 비용문제로 온 섬을 빙 둘러싸며 29곳의 쓰레기 직매립장을 건립했다. 이 중 20곳은 사용이 종료됐다.

쓰레기를 묻은 결과, 매립장은 썩은 땅이 돼버렸다. 본지는 쓰레기 처리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청정 제주를 만들기 위해 자원순환형 선진도시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근대산업에 시동을 걸다=일본 규슈 최북단에 있는 기타큐슈(北九州)시는 인구 98만명의 중화학공업 도시다. 1901년 일본 최초로 대형 용광로를 갖춘 국영 야하타제철소(현 신일본제철)가 들어섰다.


기타큐슈는 석탄과 석회석이 풍부해 메이지유신 시대의 산업혁명 유산인 제철·제강, 조선, 시멘트산업을 꽃 피웠다. 근대산업의 효시가 된 기타큐슈는 일본 4대 공업지역의 하나로 고도 성장을 이끌었다.


제철소가 밀집한 기타큐슈 고쿠라지역은 태평양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투하될 뻔했다. 미군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이어 8월 9일 기타큐슈에 원폭을 투하하려고 했다.

그런데 구름이 도시의 70%를 가려 육안 폭격을 하지 못하자 대체 목표 도시인 나가사키에 원폭을 터뜨렸다.

 

   
▲ 1960년대 공업·생활 폐수가 흘러들어 주황색으로 변해 버린 도카이만 바다 전경.

▲죽음의 강과 바다=1960년대 고도 성장기를 맞은 기타큐슈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공업 및 생활 폐수가 흘러든 무라사키강은 죽음의 강이 됐다.

‘보라색 강’이라는 뜻이 무색할 정도로 무라사키강은 ‘강물에 대장균조차 살 수 없다’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부모들은 칭얼대는 아이를 꾸짖을 때 “계속 울면 무라사키강에 집어넣을 거야”라고 했을 정도로 최악의 악취를 내뿜었다.


공장이 밀집한 도카이만 역시 죽음의 바다가 됐다. 1970년대 공무원으로 공해 대책을 맡았던 나카조노 기타큐슈환경박물관 관장은 “선체 바닥에는 조개와 해조류가 덕지덕지 달라붙죠. 그런데 도카이만에 일주일간 선박이 정박하면 밑바닥이 깨끗해졌죠. 해조류를 폐사시키고, 배의 스크루까지 부식시킬 정도로 바다는 심하게 오염됐다”고 말했다.


공해 때문에 공장 인근에 있는 학교는 문을 닫아야 했다. 아이들은 바다는 갈색, 하늘은 회색으로 알고 자랐다.

고농도 유해물질 때문에 아이들은 천식과 편도선염에 시달렸고 검은 콧물을 흘렸다.

이 도시는 1969년 일본 최초로 스모그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되찾은 하늘과 바다=환경오염과 공해 극복은 시민·기업·행정 3자가 협치를 통해 똘똘 뭉치면서 가능해졌다.


도카이만은 1974년 수은 30ppm 이상 포함된 퇴적 오니(찌꺼기) 35만㎥를 제거하는 준설공사가 착수됐다.


무라사키강은 1969년부터 1980년까지 11년간 강바닥의 오니를 긁어냈다. 또 강폭을 59m에서 89m로 넓혀 유수 능력을 두 배로 높였다.

복원된 무라사키강은 현재 100여 종의 어패류가 서식하고 있다. 강화유리로 설치된 수중 전망대에선 강의 생태계를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공해 방지를 위해 우선 생산설비를 절전형으로 바꿔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다. 굴뚝에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집진기를 설치했다.


시에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가 환경청을 두기도 전인 1971년 기타큐슈시는 공해대책국(현 환경국)을 설치, 법률보다 엄격한 공해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대규모 도시 녹화도 추진됐다. 시민회관을 이전하고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줬다.

 

   
▲ 기타큐슈는 과거 공장에서 내뿜는 각종 매연으로 회색빛 하늘로 드리워졌었다.

▲환경 모델도시가 되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환경백서에서 기타큐슈를 회색도시에서 ‘녹색도시’로 변모했다고 소개했다.

1990년 유엔환경계획으로부터 환경도시 글로벌상을, 1992년 리우회의에선 유엔 자치단체 표창을 받았다.


이러한 공해 극복 경험은 기타큐슈가 아시아환경도시기구를 주도하게 됐다.

환경오염은 물론 쓰레기 감량을 실현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아시아 각국에 전수하며 국제적인 협력을 맺고 있다.

그동안 148개국에서 5000여 명이 연수를 받았다. 기타큐슈는 최악의 환경오염을 극복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금은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