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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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이다. 자기 잘못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엔 용서가 없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나 행위를 꼬집는데 쓰인다. 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변명을 하면서까지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내로남불은 위선적인 자기합리화이자 전형적인 이중잣대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과거 대변인 시절 인용하면서 정치판에서 유명해졌다. 그때가 1990년대였다. 이후 현재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 모두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실 같은 짓을 하고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논리는 가당치 않다. 그럼에도 내로남불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하다. 이를 테면 내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면 안목 있는 투자이고 남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면 명백한 투기가 대표적인 예다. 남의 잘못은 크게, 자신의 허물은 작게 느껴지는 건 아마 인간의 본성인 듯싶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40여 일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교착 상태다. 부실 검증 문제 등 각종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달 내 내각 인선 마무리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 과정서 여야 간 내로남불 공방전이 한창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여당과 야당이 9년 만에 공수가 교대되면서 내로남불 순서만 바뀌어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인사들은 과거 여당 시절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병역비리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후보자들을 자기 편이란 이유로 비호했다. 한데 야당이 되자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반면 지금의 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의 야당일 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은 후보에 대해 어김없이 어깃장을 놓았다. 그랬던 이들이 정권을 잡은 후엔 후보들을 감싸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낯 뜨겁다.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수많은 공직후보자들이 울고 웃었다. 어떤 이는 청문회 문턱을 넘었고, 또 다른 어떤 이는 만신창이가 돼 불명예 퇴진했다. 문제는 여야 의원들이 입장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잣대가 180도 다르다는 점이다. 바로 ‘내로남불 잣대’다.

이런 식이면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인사를 둘러싼 국정 혼란을 막기 힘들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아쉽다. 기성세대 중에서 대놓고 신상 털기를 하면 제대로 살아남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만큼 경중(輕重)을 가려야 한다. 이참에 여야 합의하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직 기준과 인사원칙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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