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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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내가 살아남기 위한 살상인가. AI(조류인플루엔자)가 H5N8(고병원성)으로 판명되면서 주변 3km에 이어 그 범위를 넓히기에 혈안이 됐다.

옳은 일인가 묻고 싶다. AI는 야생 조류의 전염병인데, 애꿎은 가축만 없애고 있으니…. 물론 이번 제주도가 시발점이 된 것은 닭이다. 하지만 진짜 원인이 되고 전파력이 클 야생조류는 놔두고 우리에 갇힌 가축만 살처분하면 해결될 일인가.

AI만이 아니다. 구제역, 메르스, 신종플루…. 앞으로 세균들은 점점 더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온도로 지구가 뜨거워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세균과의 전쟁에서 늘 뒷북이나 치고 무서워 벌벌 떠는 해결책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미생물은 인간이 고작 1% 정도밖에 모르는 미지의 세계다. 그 아주 작은 생물이 조금 더 진화하거나 급속도로 분열할 조건이 마련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지구상의 동식물을 멸종시키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의 힘으론 세균을 이길 수가 없다. 유익균을 활용한 방법이 가장 손쉽지 않을까.

150여 년 전,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현미경을 만들어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그 작은 생명체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과 유기산균인 발효균의 존재를 알아냈다. 우유 저온 살균법으로도 유명하다.

스코틀랜드 외과 의사인 조지프 리스터는 파스퇴르에게 도움을 받아 유기산을 이용한 살균소독법을 시작으로 무균 수술법을 최초로 시도했다. 이를 통해 50%에 달하던 파상풍균에 의한 사망률이 10% 이하로 줄었으며, 지난 천년 세계사에서 100대 인물로도 선정됐다.

20여 년 전에 미생물에 관심을 끌게 됐다. 알고 싶은 마음은 50세에 대학을 다시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배울 수 있는 자료도 부족하고 미생물 담당 교수도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부는 그렇게 어려웠다. 아마 전자 현미경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미생물 연구실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전자 현미경의 가격은 수억 원에 이르므로 구입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과거에 파스퇴르가 만들었다는 현미경, 과학이 발달한 현재는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1년여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중고 실물 현미경과 투영기 등을 사 모은 것만도 10여 대, 수도 배관 파이프를 잘라 붙여 가며 배율과 선명도를 높여 나갔다. 소형 전자현미경을 장착하여 컴퓨터에 연결했다. 비로소 세균을 볼 수 있는 현미경이 탄생했다.

하수구 물, 빗물, 도마에 묻은 물을 검사하곤 해로운 세균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내가 배양한 유기산균으로 부패균이 사멸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세균의 생태를 알고 유기산균 연구와 활용을 위하여 부패 미생물이 빠르게 분열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또 1년 남짓 시간이 흘러갔다.

서울대 의대 의사가 된 지인이 집에 놀러 왔다. 서울대에서도 보지 못했다는 세균의 실체를 보며 작은 현미경의 배율에 놀라워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현미경을 활용하여 한국형 유기산 미생물을 개량해 나갔다. 축산 농가와 유기농법 농가에 도움을 주며 10여 년이 흘렀다.

세균은 진화하고 있다. 해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무분별한 살처분 보다는 바이러스의 숙주인 세균을 없애는 방법을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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