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근-술 권하는 사회, 갈근으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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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도민의 음주율과 흡연율이 전국 시도 중 1위에 랭크됐다. (질병관리본부, ‘지역사회건강조사’, 2016년) 왜 하필 제주일까. 심지어 2010년 이전에는 낮은 순위였다. 2010년 전후로 음주율과 흡연율이 점차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그 후로는 계속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연이은 다음의 통계로 그 원인을 추측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제주도민의 스트레스 관리방법으로 남자의 경우 음주 47.5%, 흡연 40.3%, 운동 36.1%라는 것이다. 서로의 상관관계를 보면 제주의 음주와 흡연율 1위 원인이 스트레스와 관련됨을 짐작할 수 있겠다.

갑작스러운 인구 유입과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적잖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그리고 재산이 있는 자와 없는 자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새로이 나타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인데 변화가 야기하는 갈등 상황이 스트레스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다. 이 갈등이 제주인들로 하여금 빈번하게 술을 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칡과 등나무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는 것과 같이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킴을 이르는 말이다.

이 칡에는 술을 해독하는 효능이 들어있다. 갈등을 풀기 위해 술을 먹는데 그 술을 해독하는 효능이 바로 칡에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한약재 ‘갈근(葛根)’은 ‘칡의 뿌리’로서 원래는 발산풍열약에 속하는데 풍열을 발산시키는 작용이 강하여 외감풍열증의 증상을 치료한다. ‘외감풍열증’은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등으로 생긴 급성 열병으로 오한보다 발열이 심한 경우에 해당한다. 머리가 아프고 목덜미가 뻣뻣한 증상에도 근육 이완의 효과가 있어 좋다. 또한 장티푸스 등에 해당하는 열성 설사 등의 내상 치료에도 적용된다.

갈근은 숙취 해소나 주독 즉, 과음으로 인한 두통, 갈증, 구토 등의 증상에도 좋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중간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생겨나는데 이것이 숙취를 야기한다.

갈근의 푸에라린(Puerarin) 성분은 이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촉진하고 간장도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숙취 해소에는 갈근보다 갈근 꽃인 ‘갈화(葛花)’가 특히 적합하다.

급변하는 제주가 안긴 선물은 안타깝게도 술 권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다 보면 점차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떨어지고 술을 마실수록 우리 몸이 더욱 술에 의존하게 된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이를 방어하는 호르몬이 자연 분비되는데 술을 마시다 보면 점점 그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때 술을 끊으면 스트레스 체감도는 더 세져 술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높아진다.

스트레스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술 대신 마음을 비워보자. 그리고 남는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풀자.

갈근, 갈화는 그래도 안 풀려 술에 기댔을 때의 그 마지막 갈무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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