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에서 깨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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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새벽 3시 45분 문득 잠에서 깼다. 온몸이 개운하고 정신도 맑은 것이 오늘은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나는 이런 날이면 늘 상 컴퓨터 앞에 앉는 버릇이 있다. 컴퓨터는 내가 세상과 통하는 창(窓)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구를 크게 나눠서 말할 때 구지본능(求知本能)과 고지본능(告知本能)이 있다고 들었다. 구지본능은 알고 싶은 욕구요 고지본능은 남에게 알리고 싶은 욕구라는 것, 이 두 가지 욕구상황에 직면하면 인간은 안달이 나서 어찌할 줄 모른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도 이 두 가지의 욕구를 적절히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독서나 컴퓨터를 활용하여 ‘알고 싶은 욕구’를 해결하고 ‘칭찬합시다 삼마운동’과 ‘주인공’의 특강 활동을 통해 ‘알리고 싶은 욕구’를 해결할 수 있었다.

거기에 붓글씨와 칼럼, 시와 수필과 같은 문예의 장르까지 넘나들다 보니 나는 어쩌다 이 두 가지의 욕구에 있어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됐다. 돌이켜 보면 나의 글 쓰는 작업은 꽤 오랫동안의 연륜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의 시절쯤으로 기억된다. 담임선생님께서 여름방학 숙제로 일기를 써오라고 했는데 그 일기를 학생들 앞에서 낭독하게 되는 행운이 연출된 것이다.

평소 공부 욕심이 많던 나는 시험 때마다 일등을 독차지하는 김자억 급장을 몹시 부러워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날은 내 일기가 일등으로 뽑혀 ‘일기는 이렇게 쓰는 것’이라고까지 해주시니 얼마나 황홀한 일이겠는가. 담임선생님은 또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이 학생은 앞으로 한국의 셰익스피어가 되겠구나!”라는 극찬까지 해주셨다. 사람은 칭찬에 의해 성장한다. 그 후부터 나는 수십 년 동안 단 하루도 일기 쓰기를 멈춰 본 일이 없다. 그 선생님의 칭찬은 지금도 내 귓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끔 나는 즐거운 착각(?)을 하고 있다. 나의 글쓰기 행보가 ‘셰익스피어’의 수준에 이미 도달한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수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이 있다.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썼지만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길 불후의 명저 ‘천불록(千佛錄)’을 써보리라는 각오를 세운 것이다. 이 천불록은 1000명의 ‘괜찮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귀감이 되는 삶을 살아온 분들의 교훈적인 삶을 책으로 엮어보는 일이다. 1000여 명의 ‘괜찮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다. 꿈은 꿈을 꾸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퇴허자명상원은 그래서 만들어졌다. 나는 제주에서 수많은 이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배울 것이다. 이웃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명상원에 사람을 오게 하려면 뭔가 독특한 향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향기는 ‘퇴허자108명상법’으로 프로그래밍화할 것이다. 인간의 구지본능을 자극할 만한 힐링센터가 제주명상원에 들어서게 할 것이다.

오늘도 정원에 심은 아직 어린 꽃나무에 물을 주고 새소리를 감상하며 108명상법을 구상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제비 한 쌍이 찾아와 현관문 위에 부지런히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그 밑에 새로 태어날 제비 가족을 위해 받침대를 대주었더니 지지배배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필시 흥부 박씨라도 물어다 줄려나 보다.

새벽잠에서 깨어보라. 싱그러운 행복한 아침이 시작된다. 원망과 미움이 아닌 이해와 용서라는 사랑의 종소리가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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