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섬’을 위해 베란다형 미니태양광(2)
‘탄소 없는 섬’을 위해 베란다형 미니태양광(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송성회 제주대 교수 독일학과/ 논설위원

필자는 지난 5월에 이 지면에서 미니태양광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 글 덕분에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즉흥적으로’ 제안했다. 공동주택의 모든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을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모든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이 걸려 있는 광경은 세계‘기술문화’유산이 될 것이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제주도에 이것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느냐면서.

그런데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늘리는 것을 축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그 생각이 엉뚱하기만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에너지공약이 예정대로 이행된다면 현행 전기요금보다 25% 정도 인상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 385kWh에 따른 전기요금이 6만2550원에서 7만8180원으로 1만5630원 오르게 된다. 또한 독일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만 보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굳이 이를 강조하는 것은 미니태양광의 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중순에 설치한 우리집 미니태양광은 월평균 약 35kWh의 전기를 만들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의 9%에 해당한다. 녹이 슬어 흉한 모습으로 TV 전파를 수신하고 있는 접시안테나에 비하면 외관도 가히 나쁘지 않다. 대형태양광처럼 별도의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보통 400kWh 정도의 전기를 쓰는 우리집 전기요금은 월평균 9800원이나 줄었다. 에어컨과 제습기를 써야 하는 여름철에는 500kWh 이상의 전기를 쓰게 되는데, 그때는 월 24800원이나 절약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얼추 연간 15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으므로, 투자한 비용 45만원은 3년이면 회수된다. 우리집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집은 그 기간이 더 짧아질 것이고 전기를 덜 쓰는 집은 그 기간이 좀더 길어질 것이다. 현행 전기요금체제에서도 이렇다.

경제적 가치보다 더 큰 것이 생태적 가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서울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는 지난 2월 9일 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세계 최초로 신축건물에 대한 LEED골드등급을 취득했다고 한다. 미국그린빌딩협의회의 친환경건축물 평가에서 금상을 받은 것이다. 이 빌딩에서 풍력과 태양광 등을 통해 생산되는 에너지는 이 빌딩에서 쓰는 에너지의 15% 정도라고 한다.그런데 2008년에 시작되어 지금도 추진되고 있는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프로젝트는 지난해까지 5년간 제주지역 전체 전력생산량 중 재생가능에너지발전 비중을 4.9%에서 11.5%로 상승시켰다는 고무적인 평가를 받았다. 15%라는 고지가 멀지 않다.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15%라는 수치는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생태계에 큰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만들어지는 15%의 발전량이 지니는 생태적 가치는 막대하다.

그러나 풍력발전과 대형태양광만으로 이 고지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하다. 베란다형 미니태양광에도 제주도정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베란다는 물론 추락방지용 난간이 필요한 모든 건물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미니태양광을 쉽게 설치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은 시공업체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