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청문회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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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저는 2000년 6월 23일 태어났습니다. 그 때가 16대 국회 시절이었습니다. 이제 고작 17세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에 해당됩니다. 저가 세상에 나온 건 국회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 입장에선 인사권 행사에 신중을 기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데 적합한 업무능력이나 인간적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공직 후보자의 역량과 도덕성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저가 출생한 때엔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13명),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관(3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3명) 등 모두 23명이 국회의 표결에 의한 인준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뒤 해가 지날 수록 저의 할 일은 늘어만 갔습니다.

2003년 1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이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2005년 7월엔 그 범위가 국무위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들 직위에 대해선 적격 여부 의견을 담은 보고서만 제출할 뿐, 임명동의안 표결은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저가 담당해야 하는 고위 공직자만 63명에 달합니다. 그간 대통령 인사권을 어느 정도 견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위 공직 임용 기준이 저가 없을 때 보다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야 간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신상털기 대회장’으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그 과정서 후보자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녀, 부모형제 등 가족까지 들먹이며 ‘망신주기’와 ‘트집잡기’가 횡행합니다. 때론 사돈의 팔촌까지의 신상이 탈탈 털립니다. ‘현대판 연좌제’가 따로 없다 싶을 정도입니다. 검증이란 미명 아래 사적 비밀까지 까발려지고 있어서 입니다.

▲이쯤되면 저가 누구인지 금세 눈치 챘을 겁니다. 저의 이름은 바로 인사청문회입니다. 가수는 노래를 잘 부르면 됩니다.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해야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능력과 자질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도덕성도 따져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인사청문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후보들의 사생활 문제가 부각되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기자는 청와대의 사전 검증 미흡을 탓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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