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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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과거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용암석(제주석)은 지천으로 널려있었다. 올레길 집담과 밭담에 이용됐던 용암석은 가치가 높아지면서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바가지석(용암구), 신비석(용암수형), 뽀빠이석(내부가 드러난 용암구), 라면석(용암석순)이라 불리며 암암리에 밀거래됐다. 독특한 모양의 용암석은 조경용과 건축 장식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5년부터 선박을 통해 대규모 밀반출이 시도되자 해경이 단속에 나섰다. 해경이 집요하게 단속을 벌이자 전문 도굴꾼들은 감귤·당근박스에 돌을 담고 포장하는 편법을 썼다. 꾀를 낸 도굴꾼들은 커다란 용암석을 돌하르방과 해녀상 모양으로 대충 깎은 후 정상적인 거래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17차례나 붙잡혔지만 수 백 만원의 벌금을 내고 풀려난 주범 A씨는 35t의 용암석을 밀반출하려다 결국 구속됐다. 당시 해경 형사들의 활약에 희귀한 용암석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름 10㎝ 이상의 용암석을 밀반출하면 긴급체포가 가능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한 것은 해경이 일궈낸 성과였다.

2013년 중국산 옥돔이 제주산으로 둔갑돼 홈쇼핑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된 사건이 있었다.

제주해양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옥돔 1㎏(5~6마리)을 4만원에 판매하는 홈쇼핑방송을 우연히 접했다. 방송 수수료(35%)와 무대 세트비, 택배비, 마진을 제하면 제주산 옥돔을 2만원에 공급해야 했다.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심에서 출발한 수사는 B씨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천일염으로 직접 문질러 염장하는 기술을 보유한 B씨는 정부가 지정한 수산전통식품 명인에 오른 옥돔가공의 달인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한층 강화됐다.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해경이 해체되면서 제주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청산하는 데 한몫을 했던 해경 수사관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조직이 해체되면서 해양경비, 구조·구난, 오염방제 업무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수사권은 경찰로 넘어갔다.

제주해경은 수사·정보기능을 잃으면서 베테랑 수사관 9명과 정보관 7명 등 모두 16명이 제주경찰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주경찰청에는 해양수사를 전담하는 수사2과가 신설됐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해경이 3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5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해양경찰청을 부활시키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는 제주시 아라동에 166억원을 들여 지상 4층·지하 1층, 건축면적 8472㎡ 규모의 신청사 건립에 따른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르면 오는 9월 개소식을 갖고 문을 연다. 옛 명칭인 ‘제주지방해양경찰청’으로 간판을 달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해경의 부활로 기존에 있던 기능도 회복하게 됐다.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경찰로 갔던 수사관과 정보관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로 갔던 직원들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한다.

해경 해체 당시 강제적으로 경찰로 옮긴 것이 아니라 전출 희망을 받아 이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경 내부에선 이들이 복귀하는 것은 대대적으로 환영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3년 동안 경찰 업무에 적응한 탓에 친정으로의 복귀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복귀가 아닌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해경은 부활하지만 베테랑 수사관들의 복귀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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