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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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올해는 음력 5월이 두 번 있다. 음력 5월 다음에 윤5월이 오는 것이다. 양력으로는 지난 24일부터 내달 22일까지다.

윤달은 음력에서 평년의 12개월보다 1개월 더 보태진 달이다. 그래서 여벌달·덤달이라고도 한다. 보통달과 달리 걸릴 것도 없고 탈도 없는 달이다.

음력에서 한 달은 29일과 30일을 번갈아가며 사용해 1년은 354일이다. 양력의 365일과 11일이 차이 난다. 윤달은 이런 양력과 음력의 시간차를 메우기 위한 역법(曆法)으로 계절의 혼선을 바로잡도록 두는 것이다.

지난 250년 동안의 윤달을 보면 윤5월이 올해까지 22회로 가장 잦았다. 12년에 한 번꼴이다. 윤4월과 윤6월은 10회 남짓, 윤9월 2회, 윤10월은 단 한 번(1870년)뿐이었다.

윤11월, 윤12월, 윤1월은 아예 없었다.

▲윤달은 대략 2, 3년에 한 번씩 온다. 정확히는 19년에 7번이다. 가외로 있는 달이기에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여겨왔다.

‘동국세시기’에도 윤달에 하는 여러 풍속이 자세히 적혀 있다. 길일을 택해 하는 이사나 집수리, 분묘 손질과 이장을 하면 가릴 것이 없다고 했다. 수의를 만드는 일도 윤달 몫이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도 윤달에 하면 좋다고 했는데 잘못된 속설 탓에 언제부턴가 이를 피하고 있다.

실제 제주양지공원은 요즘 평상시의 2배인 하루 60구의 화장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반대로 예식장은 예약이 급격히 줄어 울상이라고 한다. 근래 제주지역 지방신문을 보면 결혼을 알리는 화촉광고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풍습은 바뀌는 것이긴 하지만 괜한 금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윤달 특수로 생존한 부모를 위해 선보인 최고급 수의가 눈길을 끈다. 최고급 삼베 대명사로 통하는 ‘안동포’ 제품이다. 인건비를 포함한 수의 1벌 값이 1000만원에 육박한다. 960만원 밑으로 760만원, 690만원, 610만짜리 수의가 줄을 섰다. 장묘업체에도 가족 납골묘 분양과 묘지 이장 예약이 쏟아진다.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자손이 번창한다거나 이장을 하면 좋다는 풍습 때문이다.

이를 보면 윤달은 조상을 기리고 부모에 대한 효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달이 아닐까 싶다.

다만 정확치 않는 속설 탓에 청춘 남녀가 백년가약을 기피한다거나 모방 상혼에 현혹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인간사 화복(禍福)은 파도처럼 번갈아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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