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담의 어원은 하늘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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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오랜만에 먹어보는 보말은 옛 추억과 함께한다. 옛날 집 앞 원담에서 3대가 함께 보말과 깅이(게)를 잡아와 둥그렇게 둘러앉아 빨리 빼먹기 대회를 하며 함박 웃었던 시간들. 시내로 이사 오기 전 어촌에서 생활했던 기억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채 어둠이 가시기 전, 새벽잠 없는 누군가가 ‘멜 들었져’하는 외침 소리에 올레는 이내 발자국 소리로 어지럽다.

집집마다 족바지(뜰채)를 들고 원담으로 향하는 사람들. 원담 안에서 떼를 지어 빙빙 돌고 있는 멜들로 원담 안은 온통 은빛 세상이다. 원담에서는 고기들의 주인이 따로 없다.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가지고 갈 만큼 멜을 떠서 담으면 된다. 멜이 가득한 원담 안에서는 동네 사람들은 옷이 젖는 줄도, 온몸이 멜 비닐로 은빛이 붙는 줄도 모른 채 멜떼를 쫓는데 몰입한다. 원담은 누구의 영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원담에 있는 고기는 때로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공동분배를 하기도 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 욕심내기보다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미덕이 원담에는 있었다. 지금은 아련한 기억이 되었지만 원담에 멜이 들어올 때만 해도.

원담은 해안에 작은 여가 형성된 곳을 돌로 막아 밀물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고기가 들어오게 하고, 썰물 때가 되면 이미 들어온 고기를 가두는 돌담 그물을 말한다. 원담의 구조는 바다 쪽 방향은 완만하게 쌓고, 반대로 원담 안쪽은 수직으로 쌓아 고기가 들어오기는 쉬우나 썰물이면 막혀서 못 나가게 만든 겹담 구조다.

원담의 어원은 천문(天文)의 뜻을 담고 있다. 천문은 곧 지리(地理)에 영향을 미친다. 천문은 달과 해, 별들의 운행 현상을 말한다. 천문에 보면 28수를 가두는 울타리가 있는데 그것을 원(垣)이라고 한다. 원은 담이다. 하늘에는 3개의 원이 있는데 태미원(太微垣), 자미원(紫微垣), 천시원(天市垣)이 있다.

태미원은 좌태미원 5개, 우태미원 5개로 이루어진 붉은 색 별이다. 태미원은 천자가 다스리는 궁전으로 오 제후가 거처하고, 열두 제후의 부서가 된다. 태미원의 영역은 총 19개의 별자리에 78개의 별을 감싸고 있다.

자미원은 좌자미원 8개, 우좌미원 7개로 된 별이다. 자미원은 천자가 직접 다스리는 궁전으로 인간의 명운(命運)과 도수(度數)를 관장한다. 자미원의 영역은 총 37개의 별자리에 164개의 별을 거느리고 있다.

천시원은 백성의 운명을 주관하는 별로 주로 형벌을 주관하고 저울을 맡으며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한다. 좌천시원 11개, 우천시원 11개의 별이다. 천시원의 영역은 18개의 별자리와 87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지상의 원담은 바로 이 하늘의 삼원(三垣)의 형태를 본받아 명명됐다고 생각된다. 하늘의 별들을 두르고 있는 원이 바로 지상에 대입되어 원담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원담은 마을마다 원, 원담, 개, 갯담이라고도 불렀다. 하귀, 모슬포 등 서촌 지역에서는 원, 원담이라고 부르고, 동복, 김녕 등 동촌지역에서는 개, 갯담이라고 부른다. 원담에는 주로 멜(멸치)이 들어왔고 고도리, 오징어, 갈치, 따치 등이 멜떼를 따라 오기도 했다. 원담 안에는 오분자기, 새우, 보말, 토종 고기 등의 해산물도 있었다. 원담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이기도 했다. 헤엄을 배우고 낚시를 하며 바다와 더불어 노는 자연 학습장이자 생태 체험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원담이 개발에 밀려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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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철 2017-07-06 22:59:43
또 육지부의 갯담인 석방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고영철(010-3696-3716)

고영철 2017-07-06 22:58:11
'하늘의 별들을 두르고 있는 원(垣)이 바로 지상에 대입되어 원담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라고 매우 단정적으로 표현했는데
하늘에 3원이 있다는 것부터가 증명하기 어려운 학문의 세계인데 그런 설이 제주의 전통사회에서 일반화된 것이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일반화되기 어려운 학문의 세계에서 쓰는 말을 일상생활 속으로 가져다 명칭을 만들었다?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늘의 별과 관련 있다면 제주도의 동쪽 지역에서는 '==개'라고 부르는데 서쪽 사람들만 3원을 알았다는 건가요?

고영철 2017-07-06 22:56:21
해안에 작은 여가 형성된 곳을 돌로 막는다고 했는데 여가 무엇일까요?
제주에서 여는 礖(돌이름 여)라고 생각합니다.
礖는 육지와 조금 떨어져서 썰물 밀물에 따라 해수면 위로 나타나기도 하고 잠기기도 하는 바위입니다. 늘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바위도 여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요. 참고로 추자도에서는 여와 섬을 구별하는 기준을 풀이 자라고 있으면 섬, 안 자라면 여라고 합니다.
저는 원(갯담)은 만(灣)이 형성된 곳을 막는다고 하는 게 옳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