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행정에 ‘특단의 대책’ 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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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대우
어떤 농작물이든 적정 수요 이상으로 풍작이 되면 가격 하락은 당연지사다.

현재 국내서는 매년 쌀이 풍작을 이루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이른바 ‘풍년의 역설’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양배추, 양파, 월동무 등의 작목이 대풍을 이뤄 가격이 하락하면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각 기관단체 등에서 사주기 운동이 펼쳐졌다.

부부가 공무원인 경우 집안에 양배추나 양파가 한가득 쌓이기 일쑤였다.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농작물인 감귤도 예외가 아니다.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생산자단체나 농민단체, 의회 차원에서 행정당국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과거 감귤가격 하락은 수요 감소, 수확기 잦은 비 날씨 등 기후요인, 과잉생산 등 내부적 요인이 주 원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WTO 출범, FTA 체결 등 개방화로 수입오렌지 등 외국산 과일이 물밀 듯 들어오며 제주감귤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업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을 받게 되고, 정부의 주도로 농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게 됐다.

따라서 감귤을 비롯한 농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에 대한 농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면서 생산 농가 전체가 참여해 농업인 스스로의 힘으로 농업을 지켜나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와 (사)제주감귤연합회가 올해부터 생산되는 노지감귤에 대해 감귤의무자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조금(自助金·self-help fund)이란 해당 품목의 공통적인 사항인 유통과 소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인 및 참여조직이 거출한 자체 조성금과 정부지원금을 합해 해당 작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자금이다.

그동안 감귤은 ‘의무자조금’이 아닌 ‘임의자조금’ 대상이었다. 현재 농협과 감협을 통한 감귤 계통출하물량에 대해 일정액의 자조금을 거출해 조성 중인 ‘감귤임의자조금’에서 ‘감귤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해 기금 조성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감귤 농가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부터 감귤품목에 대해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되면 농가는 출하금액의 0.25%를, 농협과 영농법인 등 생산자단체는 전년도 매출액의 0.05%를 자조금으로 거출되며, 정부는 농민과 생산자단체에서 거출된 금액만큼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조성된 감귤의무자조금은 감귤의 소비촉진 홍보 활동, 감귤의 자율적 수급안정 및 유통구조 개선, 수출활성화 사업, 농산물의 소비촉진·생산성 및 품질향상·안전성 제고 등을 위한 사업 및 조사 연구 등의 활동에 이용된다.

제주농협은 감귤의무자조금 도입에 따른 농가 대상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농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농식품부의 의무자조금 도입 규정에 따라 전체 재배 농가의 절반 이상이 감귤의무자조금 전환에 동의해야 하는데, 가입 동의 기간을 연장했음에도 겨우 50%를 넘긴 상태다.

감귤 농가 상당수가 농·감협을 통한 계통출하가 아닌 상인과 거래하거나 택배를 이용하기 때문에 감귤의무자조금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고, 출하액의 0.25%의 자조금을 아까워하기 때문이다.

수입오렌지와 망고, 체리 등 수입과일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면서 감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고, 잦은 기후변화로 인해 감귤가격 급락이 반복되는 현 상황에서 감귤의무자조금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농가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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