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아리오름 능선 끝자락에 자리잡은 호수같은 모습의 헹기소.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무덥다. 모든 사물이 더위에 지쳐 시들거리고 있지만 제주의 중산간 들녘은 장맛비까지 머금으며 연중 가장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덥다고 집안에 틀어 박혀 있기보다는 신록을 자랑하는 대자연과 벗하며 몸 안의 찌든 때를 땀으로 배출하는 것이 여름철을 건강히 지내는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제주 동부지역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산정호수를 자랑하는 물영아리오름이 있다면 제주 서부지역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에도 영아리오름과 견줄 만한 오름이 있다.

 

이름도 비슷한 영아리(靈阿利)오름이다.

 

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이다.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의 영산(靈山)에서 산의 만주어로 ‘아리’로 읽혀져 영아리로 불려 졌으며 한자로는 영아리악(靈阿利岳)이다.

 

또한 용이 누워있는 형체라 해서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영아리로 됐다는 설도 있다. 오름 오르미들 사이에서는 수망리 영아리와 구분하기 위해 ‘서영아리’로 많이 불린다.

 

   
▲ 영아리오름 정상에서 펼쳐진 제주의 남서쪽 풍경. 저 멀리 산방산이 우뚝 솟아있다.

수망리의 영아리오름 산정 분화구에 호수가 있다면, 안덕 영아리는 분화구는 아니지만 오름 끝자락에 헹기소라는 큼지막한 소(沼)를 품고 있다.

 

영산이라는 이름처럼 이 오름에 오르면 다른 오름과 달리 신비스런 느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우선 크고 작은 여덟 개의 봉우리가 서로 맞대며 큰 봉우리가 남(서남)쪽, 북쪽(동북)으로 나뉘어진 모양이다.

 

정상에는 그 흔한 화산탄이 아닌 5m 남짓의 거석과 쌍바위를 비롯 4개의 돌무더기가 있는데 어떤 경로로 이곳에 놓여 있는지 신비스러울 따름이다.

 

이 오름을 찾기 위해서는 핀크스골프장 앞 산록도로에서 안덕면쓰레기매립장으로 진입한다. 이 곳 매립장에 차를 세운 후 임도를 따라 걸어서 갈수도 있고, 오름 입구 근처 공터까지 차량이 진입할 수 있다.

 

조릿대지역서 먼저 이곳을 찾았던 오르미들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거친 숨을 쉬어가며 오르다 보면 어느덧 정상부위, 더 이상 오르막이 없고 좌우로 길이 나뉘다.

 

좌쪽을 택하면 이 오름 정상의 상징인 거대한 돌무더기군(群)과 함께 오름 정상 표지판을 만난다. 오른쪽을 택하면 잡목과 삼나무, 소나무숲 사이 좁은 길로 오름 밑으로(말발굽형의 내부) 내려가는 길이다.

   
▲ 영아리오름 정상에는 바위들이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다.

뚜렷한 길은 없고 길 흔적과 간혹 있는 리본을 따라가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곳에 다다르고, 이 곳서 이 오름의 보물중의 하나인 헹기소를 만나게 된다.

 

연못 곳곳에 수초군락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수면에 비친 오름 산체의 반영이 가히 환상적이다. 이 곳 풍경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 누리기에 정신이 없다.

 

이 소 주변은 다른 지역 오름과 달리 거대한 위들이 병풍처럼 서 있고 온갖 나무들이 바위틈새에서 자라고 있다. 전설속의 용이 살았음직한 커다란 궤도 또 다른 볼거리다.

 

이 소를 한 바퀴 돈 후 왔던 길을 다시 오를 수 있지만 이 것은 서영아리오름의 절반을 포기하는 것.

 

이 소의 절반쯤에서 거대한 바위들 사이에서 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리본이 보인다.

 

바위를 직접 오르거나, 바위 틈 사이로 요리조리 10분 남짓 오르면 정상 능선이다. 제주 북서쪽을 조망할 수 있는 곳과, 남서쪽을 조망하는 두 곳의 뷰포인트(View Point)가 눈에 들어온다.

 

이 곳서 주위 경치를 눈에 담고 길을 따라 5분여를 가면 이 오름 정상의 상징인 돌무더기군(群)이다.

 

두 곳의 뷰포인트지점과 정상에서 한라산을 중심으로 서귀포시 범섬으로부터 마라도, 가파도, 한림, 애월, 제주시 등 제주의 절반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제주 중산간 깊숙이 숨겨진 오름 치고는 찾기도 쉽고 신비감과 함께 볼 것도 많은 오름이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