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거꾸로 신는 사람들
고무신 거꾸로 신는 사람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상섭 편집국장대우
‘어머니가 사준/ 꺼먹 고무신 한 켤레/ 그 배를 타고/ 건너지 못할 강은 없다/ 까맣게 타버린 어머니 속내말고는.’

박종국 시인의 ‘배’라는 시다.

글은 짧지만 울림은 길다.

어머니가 사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망아지처럼 폴짝 폴짝 뛰면서 사방천지 어딘들 못 가랴. 검은 배를 타고 삥이(삘기) 뜯으러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나절을 밖에서 노는 아이를 생각하면 어머니 속은 까맣게 탈 게다.

어디 그뿐인가. 산으로 들로 다니다보면 뾰족한 그루터기 등에 의해 고무신이 찢어지고 발바닥이 상처입기 일쑤다.

어머니가 속 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아들은 다치고 고무신은 또 새로 사줘야 하고. 물이 흐르는 어머니의 속내(川)가 그래서 타는 게다.

▲우리나라에서 50대 이상은 대부분 검정 고무신을 신은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검정 고무신은 그다지 좋은 신발은 아니다. 비가 오면 비가 들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땀으로 차 미끈거리기 일쑤다.

뾰족한 것에 쉽게 찢어지기도 한다. 오래 걷다보면 신발 뒤꿈치가 닳기도 한다.

또한 쉽게 다른 사람의 고무신과 바꿔지기도 한다.

특히 제삿날에는 꼬마들의 신발이 대부분 검정 고무신이어서 잠결에 다른 이의 고무신을 신고 집으로 가기도 한다. 새 고무신 대신 헌 고무신을 신게 된 꼬마는 속이 쓰리다.

좋은 점도 있다. 젖은 운동화는 말리기가 어렵지만 고무신은 쉽다.

뒤집어서 물기 빼고 햇볕을 향해 놔두면 된다. 성질 급한 사람은 뒤집은 후 벽이나 나무 등에 탁 탁 치면 열이 발생해 금방 마른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 머리가 둔했다. 고무신을 제대로 신을 줄 몰랐다. 왼발은 왼쪽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그런데 오른쪽 신발에 왼발을 넣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동네 형으로부터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것이다. 탄력성이 있어서 발이 들어간다.

▲그런데 요즘 제주에서는 어른 중에도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사람이 꽤 있다.

제주지역 발언대의 지분을 일정 부분 가진 사람들이다. 지방선거 때에는 여당(야당)을 지지하다가, 대선 때에는 야당(여당)을 지지한다. 내년 지방선거 때에는 또 여당을 지지할지 야당을 지지할지 궁금하다. 제주말로 ‘이래착 저래착’한다는 얘기다. 여야와 진보·보수를 넘나드는 현란한 행보에 감탄이 나올 정도다.

물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쌓은 가치관이 그렇게 가벼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관보다 욕심이 무거웠기 때문일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