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배우 문희경.

 

강변가요제를 장악했던 그는 뮤지컬 무대에서 관중의 마음을 홀렸고, 브라운관에서는 개성 있고 강렬한 연기를 통해 시청자의 시선을 잡았다.

 

최근엔 발라드에서 힙합까지 음악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며 대중의 귀까지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닌 그는 어딜 가나 얼굴을 몰라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뮤지컬·영화·드라마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문희경.

▲꿈을 찾아 서울에 가다=그는 1965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서 2남 6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하례초등교와 효돈중, 서귀포여고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가수를 꿈꾸던 그에게 고향 제주는 한없이 좁은 공간이었다. 그는 제주를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부해 숙명여자대학교 불문학과에 입학했다.

 

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가 되길 원했던 부모님도 그가 막상 숙명여대에 합격하자 등록금을 내주셨다.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그의 첫 육지살이는 녹록지만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때 나를 생각해 보면, 정말 촌스럽고 뭣도 모르는 섬 처녀였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어요.”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특유의 할 수 있다는 오기로 점차 자신감을 찾은 그는 대학교 3학년인 1986년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제1회 샹송 경연대회 참가해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노래 ‘그리움은 빗물처럼’으로 MBC강변가요제 대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꿈은 빨리 이뤄지는 듯했다.

 

“사실 굉장히 건방졌었죠. 연달아 큰 상을 받으니 세상이 참 만만하고 쉬어 보이더라고요. 근데 얼마 안 지나서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죠.”

 

   
▲ 숙명여대 불어불문과 4학년 재학 시절 MBC강변가요제 무대에 선 문희경.

▲포기했다가 다시 도전하다=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가수로 데뷔한 그는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는 가수로 제대로 된 활동도 못 해보고 1990년대 중반,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다.

물론 서른 살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뮤지컬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참 어린 동료들 앞에서 부끄럽기 않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로 열심히 노력했다.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서 죽기 살기로 연습했어요. 불확실한 미래였지만 계속해서 나를 믿으면서 나아가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끊임없는 노력으로 당당히 뮤지컬계의 대모로 자리 잡은 그는 10년 넘게 ‘맘마미아’, ‘나인’, ‘명성황후’ 등 숱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1998년 뮤지컬 배우로 날리던 시절, 연출자로 활동하던 남편과 백년해로를 맺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삶을 살 기회가 찾아왔다.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밑바닥에서’라는 뮤지컬 공연을 하던 그를 찾아와 영화 출연을 제안을 했다. 평소 그의 연기를 유심히 봐왔던 정 감독은 과감히 그를 주요 배역에 캐스팅했다.

 

당시 출연작인 ‘좋지 아니한가’는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관객과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 출연까지 이어졌다.

 

“살면서 ‘아, 내 길이 아니구나’ 포기할 때도 있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했던 것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했다고 그게 끝은 아니더라고요”

 

그는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중견 배우 중 한 명으로 각종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채널 곳곳을 종횡무진하며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향 사랑, 재능을 나누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이지만 고향 제주를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

 

제주엔터테인먼트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벌써 7년째 제주청소년대중문화캠프를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제주엔터테인먼트모임 회원과 함께 매년 6월 초 도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극·연기·밴드·힙합 분야 등 대중문화 관련 이론 강의와 실습 등을 진행 중이다.

올해도 서귀포시 일원에서 2박 3일간 도내 청소년과 문화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 추세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힙합과 모델 분야를 추가해 진행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캠프가 학생들의 꿈에 대한 확신을 견고하게 하고 관련 경험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되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계획이에요.”

 

이뿐만 아니다. 그는 지난해 영화 ‘지슬’을 연출한 오멸 감독의 영화 ‘인어전설(가제)’에 노 개런티로 출연하는 등 도내 문화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뚜렷한 이모구비와 도시적인 외모로 주로 화려한 사모님 역할을 해오던 그였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억척스럽게 삶을 일궈나가는 해녀 ‘옥자’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영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옥자’ 역할에 제가 가장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20년간 제주에 살면서 봐왔기 때문에 제주 어머니의 속 깊은 마음을 나라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또 제주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으니까요.”

 

특히 극 중 물질을 잘하는 상군 해녀 역할을 맡은 그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정식으로 해녀학교에 가서 물질을 배웠다. 처음 물질을 배운 그에게 숨을 참고 수심 4~5m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은 생과 사를 오가는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그동안 쌓였던 고향, 제주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을 숨비소리와 함께 토해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 지난해 오멸 감독의 영화 ‘인어전설’(가제)에서 주인공인 해녀 ‘옥자’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문희경(사진 왼쪽서 네번째).

▲또 다른 도전을 꿈꾸다=그는 훗날 제주에서 도민과 호흡할 수 있는 공연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올레길을 걷다가 어느 괜찮은 숲에 둘러앉아 통기타 반주에 맞춰 함께 노래하고, 제주전통 차롱도시락을 나눠 먹는 힐링 콘서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제주만의 색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저 역시 언젠가 제주에서만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제주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현재 제주도내 문화 프로그램은 콘텐츠가 한정적이고 특정 분야에 집중 돼 있어요. 도민은 물론,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뮤지컬과 오페라는 물론, 힙합 콘서트 등도 제주에서 필수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해요.”

 

특히 그는 제주도가 자체적으로 나서 서귀포 예술의전당은 물론, 제주아트센터 객석까지 채울 수 있는 공연과 콘서트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미래에 관중으로 가득 찬 제주의 공연장에서, 제주의 콘텐츠를 다룬 공연에 제주 출신 배우로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할게요.”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