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福不福)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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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인사 청문제도의 원조는 미국이다. 워낙 혹독하기로 유명해 ‘공직후보자의 무덤’ 혹은 ‘도살장’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1787년부터 실시돼 23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인사 청문 대상 공직은 1000개가 넘는다. 이 중 실제로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는 600여 개쯤이다. 장관을 비롯, 정보와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의 국장급과 각국 대사 등이다.

무엇보다 사전 검증을 중시한다. 백악관 인사팀의 지휘로 공직자윤리국(OGE),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이 참여해 철저한 탐문이 이뤄진다. 통상 2~3개월 정도 걸린다.

이렇게 까다로운 사전 검증을 통과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로 상원의 인준 거부율이 2% 미만이다. 미국의 경우다.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태동했다. 세 차례의 진화과정을 거쳐 현재 인사청문 대상은 61개 공직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낙마한 후보자도 42명에 달한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세금 탈루가 주요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 남짓이다. 아직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형이다. 물론 새 정부가 조각 인사로 난항을 겪은 건 처음이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인사청문회 문턱에 걸려 조각 작업이 지연됐다.

문제는 똑같은 낙마 요인이더라도 정국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떤 이는 국회를 통과하거나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반면 다른 이는 낙마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날 운에 달렸다는 ‘복불복(福不福) 인사청문회’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제도가 도입된 후 17년 동안 여야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이다.

▲얼마 전 이낙연 총리는 청문회 뒤에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픈 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나름 ‘자기검열’ 과정을 거치고도 청문회장에선 뭇매를 맞기 일쑤인 거다.

인사청문회가 성가시긴 해도 흠이 있거나 뒤가 구린 사람을 거르는데 일조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나마 ‘윗물’을 맑게 하는 데 쓸모가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인사청문회에 나설 정도면 나름 떳떳이 살아왔다는 걸 자부한다는 뜻이다. 정략을 앞세워 멀쩡한 사람을 초주검되게 하는 일도 그만둘 때가 됐다.

여야는 그동안 절반의 기간씩 창과 방패의 역할을 경험한 상태다. 청문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늘 논란인 도덕성 검증 기준만이라도 명확히 확립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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