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책과 종이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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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일전에 읽은 기사 내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디지털 화면의 글과 종이로 된 인쇄물의 글 읽기를 촬영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디지털 화면의 글을 읽을 때는 주의력과 관련한 뇌 부위만 활성화됐지만 인쇄물의 글을 읽을 때는 주의력뿐 아니라 신체 동작이나 촉감과 관련한 뇌 부위도 활성화됐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텍스트를 읽을 때는 사고력의 폭과 깊이가 종이로 읽는 것에 비해 떨어진다는 결과다.

‘프린트(print) 읽기와 픽셀(pixel·화소) 읽기’의 차이다.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의 두뇌 회로 자체가 그쪽으로 길들어 인지능력과 종합적인 사고 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또 ‘픽셀 읽기’는 인지 방식의 폭을 감소시켜 인간의 두뇌를 모노 브레인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몇 년 전만해도 지하철을 타보면 태반이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있다. 한국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가장 줄어든 활동이 독서(41.5%)와 신문 읽기(40.2%)라는 여론조사를 뒷받침 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지금 앞 다퉈 ‘읽기 혁명’에 나서고 있다. 식탁에는 주부가 조리하며 틈틈이 읽는 책이 놓여있고, 여행할 때는 몇 권의 책은 필수품으로 챙긴다. 아기에게 책을 선물해 주는 ‘북 스타트(Book Start)’ 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책이 사람을 찾아가는 이동도서관 버스도 운행한다.

1994년 86.8%였던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계속 하락하여 2015년 65.3%다. 더구나 55세 이후의 독서율은 51.0%로 OECD 꼴찌수준이다.

낮은 독서율은 문해력(文解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전문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문해력은 우리 국민 2.4%에 불과하다. 이는 독서 강국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 청소년기에 시험을 위한 독서에 치중하여 문맹률은 낮지만 성인이 될수록 독서를 기피하여 문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낮은 문해력은 지식정보의 격차로 이어져 개인의 삶의 질이나 위상을 떨어뜨린다. 나아가 타협과 존중의 사회·민주적 역량마저 저하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독서는 이제 개인의 삶의 질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사회의 발전과 안녕을 도모할 국가 경쟁력 차원의 문제다. 우리도 이제 책과 신문을 읽고 권하는 독서 문화를 북돋워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여건 조성과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경기도는 독서와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유롭고 시끄러운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연중무휴로 대출 도서 반납창구도 다원화하며, 도서관 이용권으로 물건을 살 때 값을 내려주는 포인트제도 운영하겠다는 등의 흥미로운 경영기법도 내비쳤다.

우리 제주도 그런 명물 도서관이 생겼으면 싶다. 독서와 여가 생활이 불가분의 관계가 되면 우리의 삶은 한층 품위 있고 윤택해 지리란 생각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게임에 빠지면 중독이 된다. 독서도 빠져들기 시작하면 뭐라 형언키 어려운 성취감이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그 경지까지 도달하는 게 문제다.

흔히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여름과 겨울이 독서하기에 더 좋다. 더위나 추위를 피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올여름은 아이와 함께 가까운 도서관이나 집에서 독서 습관을 길들이며 글맛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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