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쐰 기분이다. 최근 정치권이 보여준 몇몇 행태 때문이다. 청와대의 ‘대리 사과’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의 날 확대 방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여론을 등에 업어 혼수모어(混水摸魚ㆍ물을 흐리게 만들어 고기를 잡는다)란 강공책을 구사하다가 물고기를 잡기는커녕 자칫하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사과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같은 자기중심적 인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 정치권에서 익숙한 풍경은 아니다.

문체부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이달부터는 매달 마지막 주간 단위 행사로 확대한다고 했다. 이전 정부 것을 계승하고 수정하는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노선’을 택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책이었다. 앞선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라면 조변석개(朝變夕改)처럼 뒤집고, 무작정 폐기하려는 ‘지우개 국정’을 경험했던 국민으로선 색다른 풍경이다.

▲대리 사과와 온고지신 행태를 지켜보면서 떠오른 말은 ‘탈 오불관언(脫 吾不關焉)’이다.

우선 오불관언(吾不關焉)은 말 그대로 “나와는 상관없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먼 산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마이웨이요, 팔짱을 낀 채 수수방관한다. 소통이 절실한 시대에 오불관언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은 신선하다.

사실 오불관언식 고집을 피우다 나락으로 떨어진 대표적인 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철통같은 지지 세력이 있다’는 자만으로 어떤 목소리에도 흔들림 없이 마이웨이 했다.

여기에 참모진과 추종세력은 덮어놓고 옹호하고 비호했다. 간혹 진언하는 이가 있으면 레이저광선을 쏘아 주눅이 들게 하였다.

그러는 사이 독불장군식 국정과 블랙리스트 행정 등은 장마철 독버섯처럼 자랐다.

물론 만사에 그런 것은 아니다. 최순실이 관심을 두는 일에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눈길을 주면서 오불관언에서 벗어났다.

▲그러고 보니 제주 정치권도 최근 들어 탈 오불관언으로 바쁘다.

지역 현안을 놓고 여ㆍ야가 성명전 등을 통해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도남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립이 그렇고,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그렇다. 마치 자신들의 일처럼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탈 오불관언’이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 지방선거가 다가오긴 다가오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