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인기 하계휴가지가 되지 못하는 이유
제주가 인기 하계휴가지가 되지 못하는 이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최근 문체부가 국민을 상대로 한 ‘2017년 하계휴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52.1%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고, 휴가를 계획하는 응답자 중 83.6%가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선호지역은 강원이 가장 높았다. 이어서 경남, 전남, 경기, 경북 순이었다. 제주는 선호도 상위에 랭크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지라는 데 이의 달기를 거부해 왔던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뭉개버리기라도 하듯 국민 대다수가 여름 휴가지로 제주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 15일 이후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당국이 자국인의 한국 방문을 중단시키는 조치로 제주지역 내 중국인 관광객 특수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개연성이 높아진 마당에 이번 조사결과는 관광업 종사 도민에게 주는 시사점은 매우 커 보인다.

물론 경험에 비추어 하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국민 대다수가 가족 단위 여행을 예정해 교통수단으로 항공보다는 자가용을 선호하고 있고, 주로 펜션 등 저가 숙박시설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의 여행지라 할 수 있는 제주로의 휴가여행을 피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제주 당국이나 관광단체 등이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대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안으로 내수시장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보면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제주 관광의 미래를 들여다보기 위해 이번 여론조사 결과 상위에 랭크된 지역들을 운 좋게 여행했다. 작년 6월에는 소백산맥 자락을 기점으로 한 강원 남부·경북 북부·충북내륙 지역을 여행했다. 올 6월 중순에는 경남 남해·사천지역과 전남 순천·해남·강진·여수지역을, 올 6월 하순에는 강원 내륙지역과 양양·속초 등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해안선 지역을 각각 여행했다. 여행을 통해서 느낀 감회(感懷)는 이들 지역이 왜 하계휴가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첫째, 이들 지역은 제주 못지않게 자연경관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특히 가족 단위의 여행객에게 패키지 형태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생태관광 단지가 조성돼 있었다. 이곳저곳 이동해야 하는 제주의 경우와는 달리 특정한 한곳에 오래 머물며 힐링할 수 있도록 주로 관광 단지화가 돼 있다.

둘째, 어느 곳에든 자연경관이나 청청함 또한 제주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공식적으로도 강원지역은 청정도 1순위 지역이다. 물론 제주는 3위이다. 선호도 높은 여타지역도 나무랄 수 없었다.

셋째, 이들 지역 대다수는 내국인을 위해 그것이 섬 관광지인 경남이나 전남이든, 아니면 경북이나 강원 남부의 내륙지역이든 내국인을 위한 자연경관과 유적지를 연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강원 해안선지역의 경우도 해수욕장과 인접한 사찰 또는 유적 등과 연계한 것이 돋보였다.

그간 제주 행정도, 관광공사도 기회 있을 때마다 관광 다변화 차원에서 국내 으뜸 제주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내국인 제주 관광 특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만 놓고 보면 이들이 말만 앞세워 왔다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특히 관광 행정의 대안 부재 또는 부실 정도가 어디에 와있는지 실감하게 한다.

어떻든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현재의 제주 관광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