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 고갈...도두 오래물 노천탕 바닥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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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연동.노형동 각종 개발 영향...원인 규명 시급
▲ 지난 5월부터 용천수가 고갈돼 바닥을 드러낸 제주시 도두동 오래물 노천탕(남탕) 전경. 고봉수 기자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가 고갈되면서 본격적인 물놀이철을 맞아 문을 닫는 노천탕이 나오고 있다.

19일 제주시 도두동 마을회관 인근에 있는 오래물 무료 노천탕. 이곳 노천탕 남탕은 지난 5월부터 두 달째 용천수가 끊기면서 바닥을 드러낸 채 바짝 말라버렸다.

여탕 역시 물줄기가 약해지는 등 지난해보다 수량이 절반가량 줄었다.

예로부터 도두동은 어승생에서 발원한 다섯 갈래의 지하수가 지층이나 암석의 틈을 통해 용천수가 솟아나왔다.

윤시동 목사가 편집한 증보탐라지(1765년)에는 오래천(午來泉)은 샘물 맛이 매우 달고, 수맥은 오방(五方·다섯 갈래)으로부터 솟는다 해서 ‘오래물’이라고 불려지게 됐다고 기록했다.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여름철에는 얼음장 같은 물이 나오면서 1980년대 이전까지 식수원으로 이용됐다.

도두 오래물 가운데 도로변에 있으며 입장료(1500원)를 받는 ‘마구물’ 욕탕은 용천수가 나오고 있지만, 주민들의 젖줄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노천탕은 물이 끊겨 문을 닫게 됐다.

부태진 도두동장은 “오래물의 상류에 있는 연동과 노형동에서 새로운 관정을 매설하는 등 각종 개발행위로 수맥이 끊겨 용천수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연동에 있는 대형 건축공사장에서 지하수를 착공하는 시점에서 노천탕 물이 끊겼다며 관계 당국의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제주도가 올해 발간한 용천수 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용천수 1025곳 중 364곳(35%)이 매립 또는 멸실돼 661곳만 확인됐다.

 

현재 남아 있는 661곳 중에서도 227곳(34%)은 용출량이 현저히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용천수가 고갈된 원인은 과도한 지하관정 개발과 건축물 공사, 택지·관광단지 개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제주의 귀중한 수자원이 각종 개발로 수난에 놓였지만 이를 규제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조례나 제도는 갖춰지지 않아 원형 훼손과 수질 악화, 용출량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661곳의 용천수를 역사, 용출량, 수질 등 6개 평가 기준으로 구분해 4개 등급별로 차등 관리하는 보존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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