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담에 거북이 울멍 이신디…소주 멕영 보낸 후로 멜 스물 두 콘테나 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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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금능 원담

스마트폰 갤러리를 열다

                                      - 양민숙

 

이미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의문부호처럼 따라다니는 몇 장의 풍경들

 

슬픔도 나눠서 흐르는지 그만큼 반짝이는 바다

 

뜨거운 햇살에 베인 조각그늘을 주는 야자수

 

시간을 섞어 썰물에 몸 드러낸 원담

 

위로를 위해 더 많은 비밀을 안고 있는 바람

 

고꾸라지는 상처에도 웃음을 주는 모래

 

토닥토닥 거친 손으로 등 두드려주는 사람들

 

클릭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댓글이 점점 길어지고

 

의문부호가 피곤한 등을 펴고 느낌표로 바뀔 때쯤

 

익을 대로 익은 여름, 금능 해변에

 

밑줄 하나 긋는다

 

함께 물들어가는 나

 

갤러리 한 평 뚝 떼어준다

 

▲ 강부언 作 삼무일기_향수를 그리며 가고파를 외치다.

지난 4월 ‘명월대·백난아노래비’ 난장에 염원한 붉은 찔레꽃 식재가 이뤄진다. 3개월 만의 결실이다.

 

한라식물사랑회 김창부회장께 부탁해 장마철로 약속해둔, 회장과 회원들이 소장하던 귀한 붉은 찔레 한 그루씩을 들고 와 무더위에 굵은 땀방울 버무려진 흙으로 뿌리를 북돋운다.

 

명월리장 홍경표, 백난아기념사업회장 양성찬, 김종호선생, 김동인선생, 김석희선생, 돌빛나예술학교장 등이 참석해 붉디붉은 찔레꽃이 반겨줄 공원이길 눈길로 거든다.

 

명월대를 직접 찾은 김영일 작사가와 김교성 작곡가가 곡 쓰며 머물던 자리에 붉은 찔레꽃 향기, 내년 봄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핫사운드 대표 오진근의 앨토 색소폰 연주에 ‘찔레꽃’ 합창은 식재 묘목들이 잘 활착되길 응원가로 닿는다.

 

명월에서 점심 후 금능리 원담, 장수코지 쉼터에 이른다. 가볍게 춤을 추는 물결이 원담 정수리의 상투까지 가물가물 지워내고 있다. 숨바꼭질하듯 숨겨놓는 중이다. 바다의 시간표가 엄중하여 원담은 아무 때나 보여주질 않는다.

 

원담을 지은 어르신과의 만남이다.

 

87세의 이방익 할아버지, 군대 다녀와 마땅히 정해진 일 없을 적, 허물어진 원담을 자주 지켜보다 키운 꿈이 평생 원담지기다. 청년 시절 한림면 뜸돌 선수로, 비양도를 헤엄쳐 왕복하던 기백만큼이나 세월 녹아든 금능리 바다. 썰물에 오롯이 고이는 하루치의 뜰채 안 꿈틀거림에 감사하던 놀이 같은 일상이 아닐까. 제주원담의 명맥을 지켜온 구릿빛 존재감이 깊다.

 

“올해 최고로 멜 들언, 아홉물에 세군데 원(원담) 중 가운데로 거북이가 들언 울멍 이서신디, 소주 한 병 사다 멕이고 보내멍 멜이라도 하영 데령오라 허멍 돌려보냈더니, 삼 일째 되는 날 세 곳 원이 고득허연, 멜 스물 두 콘테나 허난 최고의 수확이었주….”

 

바다를 향해 바닷가 계단으로 누구랄 것도 없이 아이들처럼 모여 앉는다.

 

‘스마트폰 갤러리를 열다’ 시를 양민숙 작가가 낭송한다.

 

▲ (원쪽 사진)핫사운드 대표 오진근씨가 알토 색소폰 연주를 선보이며, 찔레꽃 식재를 앞둔 바람난장 가족들을 응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스물아홉 번째 바람난장이 백난아 노래비와 금능 원담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한라식물사랑회의 김창부 회장·김재일 회원·최정해 회원이 찔레꽃 식재를 준비하고 있다.

“의문부호가 피곤한 등을 펴고 느낌표로 바뀔 때쯤 익을 대로 익은 여름, 금능 해변….”이 펼쳐놓는 푸른 도화지가 만경창파다.

 

이어 오승철시인의 ‘원담’을 손희정의 낭송으로 감상한다.

 

‘그리움이 갇히는….’ 시의 싯구처럼 위로받는 원담 품이 아닌가.

 

김성수 금능리장의 원담이 덜 드러나 아쉽지만 8월 5,6일 오후 3시반, 원담축제공연에 고기잡기·깅이잡기 체험 등에 참석하여 많이 느껴보시라고 강조한다.

 

이은상 작사, 김동진 작곡의 ‘가고파’, 테너 강창오의 무대다. 무반주여서 더 돋보이는 선율, 파도 타는 실루엣이 거침없다. ‘보고파라 보-고파’ 시원스레 보여주지 않는 원담의 아쉬움을 상쇄시킨다. 멀찍이 색동옷 입은 해수욕장까지 울려 퍼진다.

 

금능 바다를 마당으로 들인 난장멤버 홍진숙 화가의 전시장이 코앞이다. 차광막 두른 마당에 물통에서 갓 꺼낸 싱싱한 수박으로 목을 축이자 꿀맛이다. 울타리 안 제주전통 가옥들을 활용한 전시공간의 옛 인적들로 더 반갑다.

 

손희정의 퍼포먼스 ‘선인장에게 길을 묻다-인생이란?’ 한 마디씩을 말풍선에 적는다. ‘김순이 선생의 인생은 도둑이다….’가 당첨이다.

 

지금도 물에 잠긴 원담인지 모르고 노닐 멸치 떼들이 그려진다.

 

‘잠잠한 바람에도 바닷길은 믿지 마라’ 법문인 듯 메아리다.

 

글=고해자

그림=강부언

사진=허영숙

시낭송=양민숙·손희정

앨토 색소폰=오진근

테너=강창오

음향·감독=이상철

퍼포먼스=손희정

 

※다음 바람난장은 22일 오전 11시, 오조리 ‘식산봉 난장’으로 정상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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