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미인의 얼굴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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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중국의 4대 미녀 중에 서시(西施)라고 있다. 월왕 구천은 오왕 부차에게 복수하려고 서시의 미모를 이용, 오왕 부차를 사치와 향락에 빠트렸다. 그리고 이내 오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서시는 평소 위장병으로 고통을 받았는데, 증세가 나타나면 손으로 심장 근처를 누르고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그런데 그 모습까지도 동네 사람들의 눈에는 아름다워 보였나 보다. 인근 마을의 한 못생긴 여자가 이를 흉내 내어 눈을 찡그리며(嚬) 몸을 쭈그린(蹙) 채 마을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이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못 마땅히 여겼는데, 훗날 ‘빈축(嚬蹙)을 산다’고 표현이 여기서 유래됐다.

고전 한의서에 서시의 얼굴을 만들어주는 약이라 명명된 처방이 있으니 서시옥용산(西施玉容散)이 바로 그것이다. 말 그대로 서시의 옥 같은 얼굴로 만들어 준다는 의미로 얼굴에 바르는 일종의 여드름 치료제이다. 서시옥용산의 주요 구성 약재 중에 백지가 있다.

백지는 구릿대(Angelica dahurica)의 뿌리로서 원래 발산풍한약에 속해 감기 등 풍한의 사기를 발산시키는 효능을 지닌다. 특히 약성이 두면부로 향하여 두통, 편두통, 비염, 치통, 삼차신경통 등 얼굴 부위 제반 증상을 치료하는 약으로 유명하다.

또한 소종배농(消腫排膿)의 효능이 있어 얼굴 여드름이나 각종 피부염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얼굴빛을 좋게 하고 기미와 흉터를 없앤다고도 했다. 대하증, 질염 등 생식기 염증성 질환에도 좋아 여성에게는 여러모로 요긴한 약이라 할 수 있다.

 

▲ 평화로 도로가에 핀 구릿대 꽃(원쪽)과 향이 독특한 백지(오른쪽).

백지는 습한 골짜기에서 잘 자란다. 제주 중산간 도로 가의 도랑에는 곳곳에 백지가 보인다. 별도봉이나 원당봉을 오르다 보면 구릿대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지금 이맘쯤이면 사람 키만큼 자라 쉽게 눈에 띈다. 우산살 모양의 꽃과 뭉툭한 잎자루가 특징이다.

여드름은 주로 사춘기에 발생해서 20대 중반이면 없어지기 시작한다. 청소년기에는 성호르몬이 왕성히 분비되는데 성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피지선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아울러 피지 분비가 양적으로 많아져 여드름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드름은 젊음의 상징이요 어떻게 보면 생리적인 현상으로 볼 수가 있다. 심하지 않다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한의학에서 여드름의 치료는 오장육부의 건강상태를 바로 잡아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피부는 내부 장기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활습관의 개선과 이를 통한 몸의 전반적 건강 상태 유지가 중요하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특히 야식을 금해야 한다. 과로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수면 부족도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딸이 중학생이 됐을 때 자꾸 화장에 관심을 가졌다. 젊은 피부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심지어 화장은 모공을 막기에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는데….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고 화장으로 막는 데만 급한 딸, 요즘 우리 가족 모두의 빈축(嚬蹙)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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