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주시내 주요 교차로와 도심에는 21개 광장이 있다. 시민이면 대부분 알고 있는 동문광장, 탑동광장, 노형광장 등 고유명칭이 부여됐다. 허나 행정당국은 이와 별도로 숫자로 된 도시 표시번호를 여태 고집해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광장 이름을 순번대로 명명한 걸 사용하고 있는 게다.
예컨대 옛 세무서 사거리는 이도광장이란 고유명칭이 있다. 허나 교통안내나 지도에는 8호광장, 도시계획에는 1-7호광장으로 쓰이는 실정이다. 해태동산 교차로 역시 공항광장이란 지명을 놔둔 채 7호광장과 1-6호광장을 병행해 쓰고 있다. 도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가 하면 따르라는 식의 행정편의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문제는 대다수 시민들이 숫자로 된 광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이나 경찰조차도 이를 헷갈릴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알 턱이 없다. 공무원조차 그럴 정도니 일반인들의 고충은 어떨 것인가. 그럼에도 수십년간 마이동풍격이니 탁상행정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제주의 경우 어느 지역보다 독자적인 민속과 신화 등 풍성한 이름 소재를 갖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그 지역의 문화가 반영된 이름을 붙여 일상에서 쓸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한다. 하다못해 도로 이름만 해도 향토색이 담기도록 심의하고 있잖은가. 경직된 관행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혼선을 부채질하는 광장 이름은 개선돼야 한다. 누구나 쉽게 부르고 찾을 수 있도록 고유명칭을 되돌려줄 때다. 언어가 사회적 약속이듯 이름 또한 그 역사 속에 살아온 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마뜩찮으면 새 이름을 공모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시민에겐 자긍심을, 관광객에겐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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