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행정절차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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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정치부장
‘자본 검증’, 얼마 전부터 제주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단어 중 하나다.

제주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투자자금이 적정한지, 투자계획과 재원 확보계획은 적정한지, 지속적인 투자 의지는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제주에 투자한 기업이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돼 각종 혜택을 받고 난 이후 사업 부지를 매각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먹튀 논란이 발생한 적도 있고, 인·허가 승인을 받고 돈이 되는 콘도만 지어 분양하고 본래의 관광개발 사업은 추진하지 않은 채 땅 값만 올라 이익만 챙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허가 초기단계에서부터 투자자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주도는 자본검증을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해 최근 개발사업시행승인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9월쯤 도의회를 통과해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본검증은 당연히 해야 할 절차인데 왜 논란이 되는 것일까. 자본검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의 행정행위와 절차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행위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자치단체 부패영향평가 실무가이드 중 행정절차 측면에서의 평가항목에는 접근의 용의성, 공개성, 예측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예측가능성 평가는 민원인 입장에서 당해 업무와 관련해 준비할 구비서류나 조치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행정 처리과정, 처리기한 및 결과 등을 쉽게 확인하고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행정절차의 예측가능성은 부패유발 요인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개발 사업에 따른 인·허가도 행정 민원이다. 법과 조례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해 심사하고, 사업자로 하여금 어떤 경우에는 사업이 가능하고, 어떤 기준을 갖추지 못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제주도의 행정절차에 대해 “뭐가 새로 튀어 나올지 모르겠다”며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 관광개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마친 이후에 또 다시 조건을 내걸고, 도의회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의 중에는 규정에도 없는 사전 자본검증 문제가 튀어 나왔다.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히 진행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심의가 통과되기 이전에 충분히 걸러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자본검증을 먼저하나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먼저 처리하나 같은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더욱이 자본검증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도 예측할 수 없다.

자본검증을 위한 방법론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어디까지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전 자본검증이 제주 투자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분석됐는지도 의문이다.

어떤 관광 개발 사업이 인·허가 기준과 지침에 맞지 않으면 사업을 못하도록 하고,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부실하면 부결시키면 된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법과 규정에 따라 심의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행정행위를 정당하고 당당하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시간만 끌고 있는 느낌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돈이지만 행정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인 듯싶다. 투자자에게는 희망고문이 계속되고 있고, 그 만큼 제주도의 대외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정절차는 법과 조례, 규정에 따라 예측 가능해야 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바로세우고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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