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물 대하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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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만인보(萬人譜)의 등장인물은 5600여 명이다.

고은 시인이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80년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교도소 특별감방에 있을 때였다. 창이 없는 독방에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1986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10년에 완간했다. 25년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총 30권으로 4001편의 시를 실었다.

시대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망라했으며, 평범한 생활인들과 역사적인 인물들, 그리고 종교적인 인물 등 그 세 부류로 나눴다. 6ㆍ25전쟁, 4ㆍ19혁명, 산업화시대, 민주항쟁기를 살았던 수많은 인물의 삶과 애환이 녹아들었다. 장삼이사(張三李四)까지 시어로 족보가 그려졌다.

이런 연유로 만인보는 ‘한국 문학사 최대의 연작시’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로 쓴 한민족의 호적부’, ‘시로 쓴 인물 백과사전’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 초 남헌(南軒) 김찬흡(金粲洽)옹께서 ‘제주인물대사전’을 펴냈다. 등장인물만 3000여 명에 이른다.

탐라 시대부터 현대까지 제주 출신으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긴 인사는 물론 제주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 목민관, 제주에 대한 작품을 남긴 인물, 유배인, 제주와 관계가 깊은 사람 등을 기록했다.

고려ㆍ조선 조정에서 제주를 다스리기 위해 파견했던 경래관(京來官)들도 있다. 독립유공자는 물론 좌익계 인물과 월북 인사도 실려 있다. 특별한 삶을 살았던 서민과 옛 기록에서 소외됐던 의사자, 여인들도 있다.

‘설문대할망’이나 작품의 등장인물인 ‘배비장’ 등 제주 신화ㆍ전설의 주인공들도 이름을 올렸다.

고려 시대 목호(牧胡ㆍ제주에서 말을 기르던 몽골인)들의 이름도 있다. 정리는 이름의 가ㆍ나ㆍ다ㆍ라 순으로 했다. 해당 인물의 사진이나 작품, 유묵 등도 함께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김옹의 제자인 작가 김석희씨는 한 신문 칼럼에서 “‘제주향토문화사전’에 이어 ‘제주인물대사전’을 선생님 혼자 해내셨다는 것은 제주사학계의 부끄러움이자 자랑이다”라고 했다.

▲김옹은 제주인물대사전 편찬 작업을 대장정(大長征)에 비유했다. 그 길은 험악하고 고단했다. 그러나 가야 하는 길이었다. 사실 그 대장정은 고령에도 변방을 사수해야만 하는 장수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김 옹(85)은 대장정을 마치면서 그 소회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久戍人偏老(구수인편로ㆍ오랜 수자리 고생에 청춘은 늙고), 長征馬不肥(장정마불비ㆍ끝없는 전쟁 중에 군마도 여위였네)’라고.

제주판 만인보가 성하(盛夏)에 제주新보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간다.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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