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바라보는 열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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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도 제주국학원원장/논설위원

올여름은 유난히 덥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제주 바닷속 생태계가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바다에는 아열대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맹독성 독사가 나타나기도 하고, 제주 연안에 정착해 서식하는 어류 또한 아열대성 어류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지난 80년 동안 제주 바다 수온은 같은 기간 전 세계 수온 상승의 3배인 1.5도나 올랐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100년쯤엔 23도까지 치솟아 일본 오키나와 해역과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동해안은 수온이 상승해 한류 어종인 명태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오징어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식탁에서 동태찌개나 오징어구이 반찬을 맛보기가 힘들어 질지도 모릅니다.

아열대 어종이 나타나면서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참다랑어의 양식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서귀포시 표선면 근처 바다에서 7개의 외해(外海) 수중가두리 시설에는 참다랑어 400여 마리가 자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온난화 영향을 받는 가운데, 한국에서 열대·아열대 작물은 2008년부터 정부 차원의 ‘온난화 적응’ 대책에 구체적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2008년 제주에 온난화 대응농업 연구센터를 설립해 현재 열대 과일과 강황, 사탕무, 아스파라거스 등 30여 종의 열대·아열대 식물을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주는 물론 남해안 일부 지역까지 재배 가능지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크게 변할 것으로 예측되는 미래 농업환경에서 농업 산업이 새로운 기회 선점을 위한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생성과 진화과정에서는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변화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하지만, 지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질서와 조화점을 맞춰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태풍이나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을 차별하거나 분별하지 않고 본질을 바로 본다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큰 힘 앞에 순응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삼다도라 하여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은 섬입니다. 많은 비가 내려도 현무암 사이로 대부분 흘러내려 식수가 부족하고, 물이 귀해서 벼농사가 불가능하여 밭작물이 주된 농작물이며, 음식도 쌀밥보다는 보리나 조를 재료로 하였습니다. 집을 지을 때는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올레길 안쪽에 집을 짓고, 지붕은 굵은 새끼줄로 역어 돌을 매달아 놓았습니다.

거친 환경에서 사람들은 강인해지고, 삶의 지혜를 터득했습니다. 척박한 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혼자보다는 합심하는 공동체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이웃을 내 가족처럼 믿고 도와주는 문화는 너와 내가 없이 서로 어울리는 화합의 문화로 발전하였습니다. 대문 없고, 거지가 없고, 도둑이 없는 삼무정신으로 계승되어온 제주의 문화는 정직, 성실, 책임감의 높은 의식의 문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농사도 지을 수 없어 무관심하던 해안가는 최고의 관광지가 되고, 올레길은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코스가 되었습니다. 척박한 화산섬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변모하였습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자연이 주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 지혜는 새로운 삶의 형식을 만들어 냅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포용하는 마음에서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평화는 인류 모두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입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평화의 섬 제주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사람의 마음에 평화의 씨앗이 심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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