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강정마을은 물론 각계 각층에서 그 부당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데 전임 정권 하에서 해군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해군의 구상권 철회 등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구상권 철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6월 14일 청와대가 그 수순까지 제시했다.
이에 제주에선 수순에 따라 같은 달 26일 원희룡 지사를 비롯한 87개 단체장 명의로 구상권 철회 건의문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달 13일 임명됐지만 아직까지 국방부 차원의 입장 표명도 없다. 갑갑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는 사이 구상권 관련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오는 11일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의 심리로 첫 공판이 열린다는 거다. 해군 측이 주장하고 있는 공사 지연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다는 게 강정마을 주민들의 판단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치열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보이는 까닭이다.
강정 주민들에겐 피를 말리는 일이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반대 투쟁을 한 주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청구한 사례가 전혀 없기에 더 그러하다. 그런 만큼 재판이 열리기 전에 구상권을 철회하는 정치적 해결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건 생각하기에 따라 쉽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부장관에게 ‘철회’ 지시를 내리기만 하면 된다.
국무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시간이 촉박한다면 소송을 제기한 국방부가 재판 기일을 늦추면 된다. 그제부터 해군의 구상권 철회 등을 촉구하는 도보순례 행사인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5박 6일 일정으로 도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그 열기가 뜨겁다. 이제 정부가 전향적으로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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