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와 김대중의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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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는 걸출한 인물이다.

그의 치세에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 로마에 의한 세계의 평화)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의 강력하고도 부드러운 통치력은 이탈리아, 스페인, 갈리아(지금의 프랑스), 게르마니아(지금의 독일), 그리스, 마케도니아,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집트, 칼타고(지금의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에 이르는 광대한 로마의 영토내에서는 물론 인접해 있는 다른 나라들조차 자청하여 공물을 바치고 불가침조약을 체결할 정도로 모든 이의 존경을 받았다.

BC 27년에 그는 원로원으로부터 아우구스투스라는 이름을 헌정받았는데, 그 뜻은 ‘비교할 수 없이 존귀한 분’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그 이름에 걸맞게 존경받은 인물이다. ‘팍스 로마나’. 그가 이룩한 세계의 평화는 막강한 군사력과 함께 온 로마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을 감동시키는 정치력으로 창출한 것이다. 부언하면 그의 힘이란 막강한 군대를 지휘하는 신비로운 통솔력, 그리고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너무 지나치다 할 정도의 엄격함, 검소한 인품과 정직성, 국민들을 공평하게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그의 통치 정열과 맞물려 고도의 예술로 승화시킨 정치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국민들로 하여금 통치자에 대한 긍지를 갖게 하며, 국민들이 기품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적.정신적 환경을 조성하며,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며, 특정 지역이나 일부 계층에게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이 모든 것들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치를 한 그는 반란을 기도했던 사람들에게마저도 존경을 받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 시이저는 그의 저택을 호르텐시우스에 갖고 있었는데, 믿기지 않을만큼 평범하였고, 특히 개인용으로 쓰는 공간은 작은 방과 서재뿐이었다. 화재 후에 이 저택을 재건할 때도 똑같은 규모여야 한다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하니 그의 검소함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죽던 날에는 평소처럼 아침 8시에서 정오까지 집무실에서 집무를 보면서 모든 법령에 서명하고,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쓰는 일을 마치고는 아내인 리비아를 불러 다정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결한 황제의 품위로 “나는 내 역할을 훌륭히 해냈네. 그러니 친구들이여 이제는 박수로 나의 퇴장을 축하해 주게”라고 말하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멋있는 퇴임식인가?

지난 25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세기 정치 역정을 마감한 날이다.

팍스 로마나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지만 인류 최고의 상인 노벨 평화상을 받았으니 경위야 어쨌든 우선 영광스러운 일이다. 김대중씨의 공과는 최소한 반세기쯤 지나야 제대로 평가되겠지만, 모든 통치의 공과를 접어놓고라도 걷잡을 수 없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이 있다. 그가 24일 저녁에 돌아간 집은 호르텐시우스의 저택, 아니 동교동의 옛집(5년 전의 집)이 아니었다. 동교동의 주소는 그대로이지만, 경호실만도 50평(신축)이고 별도로 신축한 199평의 대저택이라 하니 그 빛나는(?) 노벨평화상이 웅장한 대저택과 무시무시한 경호실의 위엄에 눌려 빛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팍스 코리아나’, 비교할 수 없이 존귀한 대통령, 정직하고 겸허한 대통령, 경망스럽지 않고 품위있는 대통령, 국민 모두에게 더없이 자상하면서 동시에 엄격한, 그러나 자신에게는 100배나 더 엄격한 대통령, 기술문명의 이기(利器)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조작된 인기의 대통령이 아니라 팔도의 백성인 너와 나,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존경할 수 있는 대통령, 퇴임한 이후에 더욱더 국민들에게 멋있게 각인되어 1000년이 지난 후까지도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대통령을 모시게 될 것인가?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이런 당찬 기도를 드리는 것은 공연한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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