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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 수필가

연일 폭염이다. 텃밭에 김을 매다가 불볕을 못 견뎌 물 한 바가질 머리에 끼얹었다. 시원하다. 눈에 생기가 감돈다. 하늘에선 태양이 이글거리며 굽어보고,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구름이 잔뜩 습기를 머금어 후텁지근하다. 더위에 너나없이 힘든 모습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와 아빠, 주변의 도움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엄마를 알아보고, 가족과 눈을 맞추며 옹알이와 웃음은 가족에게 희망을 준다.

몸을 뒤집고, 앉고, 서고, 걷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나 태어나면 야생 망아지처럼 달리지 못하듯 사람의 성장 과정의 순리다. 우리 주변의 일상도 과정과 차례가 있기 마련이다.

선거전은 망아지 같은 말로 난무하게 된다. 뒤집기가 필요 없는 망아지가 뒤집기를 하듯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인 줄 다 아는 공약, 실현이 어려워 보이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은 일부 표심을 겨냥한 약속들의 난무 현상이다.

집권하면 조속히 약속했던 공약들을 이행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무리수가 따른다. 깊게 생각해 보지 않고 표를 의식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시장엔 경제 논리란 것이 있다. 이익이나 다수의 편리한 사용량에 따라 시설물을 늘리거나 신축을 해야 한다. 시설물이 낙후되었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바꿈도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고, 투자비용과 타당성을 검토한 후 실행하는 것이 순리다.

특히 나랏일은 소중한 국민의 혈세로 집행하는 일이다. 개인 회사나, 주식회사도 심사숙고하여 투자 또는 사원의 복지를 위하여 제일 나은 방법을 찾아 결정하거늘 나랏일임에랴. 신중해야 할 것은 더 말할 게 없다.

탈 원전으로 시끌벅적하다. 4대강, 교육법, 전기 사용과 관련해서도 말이 또 무성하다. 거기에 일자리와 최저임금에 관련된 말도 많다.

이 모두 전문가는 배제되고 책임을 맡은 사람의 말로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다.

뜯어고치는 것도 좋지만 있는 것을 보완하며 점차 고쳐 나가려는 생각보다 내 생각이 옳다는 아집에 빠져 뒤집기만 하려 든다. 듣고 보는 국민으로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촛불에 의해 들어섰다는 정부. 하지만 지속해서 촛불의 힘에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

아직도 촛불의 눈치를 보고 있다면 한심한 일이다.

촛불도 대의를 위해 나섰고 그렇게 만들었다면 대의를 위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 나섰던 거라면 대의가 아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뒤집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국민의 눈엔 내게 손해가 될 것 같거나, 남이 잘되는 것이 배 아파 나서고 선동하는 일부 사람도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지켜야 할 의무는 나 몰라라 하고, 내 것이 아니면 낭비하고 있다.

폭염에 이익을 위하여 문 열고 에어컨을 틀어대는 장사꾼, 공공건물마다 대낮에 전등을 끈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제 집에서도 그럴까.

작은 공공건물에서 근무하는 분이 하소연하던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말해도 공용 용품이 심각하게 낭비 됩니다. 세상이 뒤집어져야 버릇이 고쳐질까요?”

지구는 헉헉대며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치료는 못 해줄망정 기름을 붓고 있으니, 내년엔 더 뜨거운 폭염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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